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경업금지약정이란 무엇인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근로 관계 종료 후에 일정 기간 사업주의 경쟁업종 회사에 근무하지 않을 것을 약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무상 이를 **‘경업금지약정’**이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경쟁업종 종사를 금지하는 약정이라는 말입니다.
한편, ‘전직금지약정’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단어의 사용을 어느 요소로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경쟁업종으로 전직을 금지한다는 취지이므로 경쟁업종과 전직 중의 표현을 골라서 사용한 것이지요. ‘경업전직금지약정’이라고 한다면 좀 더 세밀한 표현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째든 실무나 판례나 영업금지약정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자신의 회사에서 영업비밀, 노하우 등을 습득한 근로자가 경쟁업종으로 전직하면 법률상·사실상·정서상 상당한 위해가 되기에 이를 금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반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취업의 상당한 제한을 받아 직업선택의 자유 내지는 근로의 권리라고 하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약 받게 됩니다. 전직이라는 것이 자신의 기존 경력을 바탕으로 함이 일반적인데 동종의 업에 갈 수 없다는 것은 사실상 일 자체를 하기가 불능인 결과를 의미합니다.
사업주의 이익과 근로자의 권리가 충돌하는 지점임에 분명합니다. 대상 판결을 통해 근로자에 대한 경업금지약정에 대하여 우리 법원이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하여 공부합니다.
대상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본소), 2015다221910(반소) 판결 [강사료, 손해배상(기)]
1. 기초 사실
학원강사 A는 B학원에서 강사로 근무하였는데, 양자 간 강의 계약에 다음과 같은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한 것입니다.
“계약일로부터 2년 이내에 본인 또는 타인의 명의를 이용하여 매탄동, 인계동, 권선동, 세류동에서 일체의 학원설립 및 강사활동을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경우 피고에게 손해를 배상한다.”
A는 보수 지급 문제 등으로 B학원 측과 갈등이 있었고, B학원을 나와 인근에 다른 학원을 개설하였습니다. B학원은 위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하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대한 법리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업금지약정은 경쟁업체로부터 사업주를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이 있는 반면, 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 근로의 권리를 심히 제약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더욱이 현실상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이직이나 창업을 한다는 측면에서 그 제약은 매우 중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로펌에 근무하던 사람에게 향후에 일정기간 로펌에 근무하지 말라고 한다면 사실상 일할 기회가 없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겠지요.
따라서 사업주와 근로자 간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여 유효성을 부여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하여 다룬 리딩 판례를 우선 보기로 합니다.
리딩 판례 —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1]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다룬 위 리딩 판례는 경업금지약정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 등 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심히 제약하는 경우 무효가 된다는 기본 원칙을 천명하고, 그 유무효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다음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판시하고 있습니다.
| 판단 요소 | 구체적 내용 |
|---|---|
|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 영업비밀뿐 아니라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정보, 고객관계나 영업상 신용의 유지 |
|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 근로자가 회사에서 어떠한 지위에 있었는지 |
| 경업 제한의 범위 | 금지되는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
| 대가의 제공 유무 | 경업금지 부담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있었는지 |
| 근로자의 퇴직 경위 | 근로자가 퇴직하게 된 사정 |
|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 공공적 차원의 법익 문제까지 포함 |
[2] 근로자 甲이 乙 회사를 퇴사한 후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개무역회사를 설립·운영하자 乙 회사 측이 경업금지약정 위반을 이유로 하여 甲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甲이 고용기간 중에 습득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등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는 이미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설령 일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수하는 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乙 회사가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고 거래를 독점할 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그러한 거래처와의 신뢰관계는 무역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측면이 강하므로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경업금지약정이 甲의 이러한 영업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근로자인 甲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위 리딩 판례는 구체적 판단으로 들어가, 당해 사안에서 사업주는 자신들의 영업비밀 내지는 이에 준하는 회사 정보를 이용하여 전직한 회사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지만, 대법원은 기존 회사에서 습득한 기술을 이용하고 있기는 하나 그것이 법률상 보호할 만한 이익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워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을 부정하였습니다.
3. 대상판결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을 부정하였습니다.
- 원고 3과 피고 학원의 강의계약은 계약기간이 1년에 불과함에도 그 계약기간을 모두 마치고 퇴직하더라도,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에 따라 그 후 1년 동안은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데, 이는 위 계약기간과 대비하여 볼 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부담이 과도하고,
- 위 원고에 대한 보수구조가 사용자에 종속된 근로자 관계에서 급여를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강사의 강의능력 등에 따른 성과에 연동하여 지급되는 이익배분적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되어 있고, 그 수익의 창출에 피고 학원 고유의 고객관계나 신용 등이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볼 만한 사정도 뚜렷하지 않으며,
- 위 원고에 대한 보수지급 약정이 경업금지약정을 하지 아니한 경우의 통상적인 보수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점이 있어 거기에 경업금지약정에 대한 특별한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나타난 것도 없고,
- 위 원고의 사직 사유가 전적으로 위 원고의 일방적인 계약파기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 위 원고가 새로 개설한 학원으로 옮겨간 수강생들 대부분은 위 원고를 따라왔다가 다시 이동해 간 점에 비추어, 피고 학원의 운영상 노하우 등이 수강생들의 선택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쳤다고는 보이지 않고,
- 그 밖에 위 원고가 피고 학원 인근에 동종의 학원을 개설·운영함으로써 수강생들의 학습권 보장이나 관련 업계의 영업질서 등과 관련한 공공의 이익이 침해된다고 볼 사정도 찾아 볼 수 없다.
대상 판결 사안은 근로계약이 아닌 사업소득세 처리 등 용역계약의 형식을 띠고 있었기에 그 실질이 근로계약인지에 대한 쟁점도 있었습니다. 근로 관계임을 전제로 경업으로 인한 실질적 피해도 없었고, 경업금지에 대한 보상도 없었으며, 기존 근로기간이 1년에 불과하다는 점과 더불어 지역 학원가의 공공 이익 침해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원고 3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에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유효성이 인정되기 위한 제반 사정, 특히 그 약정에 따라 경업금지를 강제함으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는 피고의 이익이 존재하고, 위 원고가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는 데 대하여 적정한 대가가 지급되었으며, 위 원고에 대하여 일정 기간 특정지역에서 경업을 금지하지 아니하면 공공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4. 정리하며
사업주 입장에서는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습득하고 익힌 기술과 회사 정보, 노하우를 경쟁 회사로 이직하여 이를 활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해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나 현대산업은 영업비밀과 정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요.
이에 당해 근로자의 전문성과 기술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적어도 그 근로자가 자신의 회사를 떠나 이삼년 정도의 일정 기간만큼은 경쟁회사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고 싶은 욕구가 매우 큽니다.
경쟁업종 전직 금지에 대한 약정은 분명 근로자도 동의한 것은 맞습니다. 계약 자유라는 기본 대원칙에 비추어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로 합의한 것이라면 분명 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노동법이 강행규정에 따라 양자 간 근로계약을 근로자의 보호 측면에서 상당히 제약하는 것처럼, 사업주와 근로자의 관계라는 특수성에 비추어 본다면 이를 마냥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의율할 수만은 없습니다.
결국 실제로 보호할 만한 법적 이익이 사업주에게 침해되었는가라는 일차적 전제 위에, 기간 등에 있어 금지 범위가 과도하지는 않은지, 그리고 금지로 인하여 근로자도 일할 기회가 사실상 박탈되는 만큼 근로자에게 적정한 보상을 하였는지 여부를 고려합니다.
개별적 사안에서 해당 근로자의 경쟁업종 전직으로 사업주는 자신의 영업비밀이나 이에 준하는 정보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나, 법원에서는 정서적인 침해이지 법률상 보호할 만한 이익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거나 혹은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 실무상 바로 일차적인 요건인 ‘보호할 만한 이익의 침해’의 입증이 매우 어려운 쟁점입니다.
그러나 지난한 소송의 결과 이전에, 경업금지약정의 존재 그 자체는 근로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