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 승진취소에 따른 인상 급여분의 부당이득 반환 Ⅱ

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승진이 취소되면, 올라간 임금도 돌려주어야 할까

지난 시간에 이어 함께 보고 있는 사안은 승진 과정에 근로자의 부정한 개입이 있어 승진이 취소된 케이스입니다. 승진이 되었기에 임금도 인상되어 지급되었는데, 승진이 취소되었으므로 인상된 임금도 반환해야 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결국 민법상의 부당이득 반환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이 논점에서 해결해야 할 법리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 상황을 하나 떠올려 보지요. 어떤 의사가 있었습니다. 그 의사가 환자를 치료했고, 치료는 잘 수행되었으며, 환자는 의사에게 소정의 치료비를 지불하였습니다. 그런데 치료 이후에 그 의사의 의사 면허 취득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의사면허가 소급하여 취소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치료는 의사 면허가 없는 자가 수행한 꼴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의사였던 그 자는 치료비를 환자에게 반환해야 할까요? 의사가 아닌 자가 한 것이니 반환해야 한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이렇든 저렇든 치료를 한 것은 맞으니 반환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대상판결을 통해 위 사안도 함께 고민해 보지요.

대상판결 —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17다292718 판결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일반 법리

성립요건 ③ — 손해의 존재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자를 채권자라 하고, 반환을 해주어야 하는 자를 채무자라고 한다면, 채무자에게 이득이 있듯 채권자에게도 손해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한쪽이 부당한 이득을 얻은 반면 다른 한쪽에는 부당한 손해가 있어야, 그만큼 이득과 손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성립요건 ④ — 손해와 이득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

각 손해가 있었고 이득이 있었더라도, 그 손해와 이득 간에 어떤 연결 관계가 없는 무관한 것이라면 반환을 청구할 이유가 없겠지요. 손해가 이득의 사실상 원인이 되고, 이득이 손해의 사실상 원인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손해와 이득의 크기가 서로 다르다면, 공통된 범위 내에서 반환 청구가 가능합니다.

소결 — 요건을 한 번에 정리하면

자,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성립 요건을 정리해 볼까요. 한쪽은 이득을 보고 다른 한쪽은 그로 인해 손해를 봅니다(이득의 존재 / 손해의 존재 / 이득과 손해 간 사실상 인과관계). 그런데 이득을 본 쪽에는 그 이득을 보유할 법률상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법률상 원인의 부존재). 그러면 그 이득은 손해를 본 상대방에게 반환해야겠지요.

성립요건내용
① 이득의 존재채무자에게 재산상 이득이 있을 것
② 손해의 존재채권자에게 그에 대응하는 손해가 있을 것
③ 이득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손해가 이득의, 이득이 손해의 사실상 원인이 될 것 (크기가 다르면 공통된 범위 내에서 반환)
④ 법률상 원인의 부존재이득을 보유할 매매대금 채권·임금 등 권원이 없을 것

가장 쉬운 예가 오송금입니다. X가 실수로 자신의 친구 Y에게 돈을 송금해야 하는데 계좌번호를 잘못 기재하여 엉뚱하게 Z에게 송금이 되었습니다. Z는 오송금된 금원만큼 이득을 보았고, 그로 인해 X는 그 금원만큼 손해를 보았지요. 이득이 존재하고, 손해가 존재하며, 손해와 이득 간 사실상 인과관계가 분명합니다.

그런데 Z는 X에게 그 돈을 받아야 할 법률상 어떠한 원인이 없습니다. 물건을 팔아 매매대금 채권이 있다든가, 일을 해주고 받아야 할 임금이 있다든가 하는 권원들 — 바로 그러한 권원, 즉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부당이득 반환 의무와 권리가 성립합니다.

대상판결의 기초 사실

이 사건 원고 A는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에 의해 설립되어 농어촌정비사업 등을 수행하는 공기업 법인이고, 피고 B들은 A공사 소속의 근로자들입니다.

A공사는 직원들의 승진시험을 외부업체에 의뢰하여 실시하는데,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사이에 시행된 승진시험에서 피고 B들을 포함한 원고의 일부 직원들이 사전에 외부업체로부터 시험문제와 답을 제공받아 시험에 합격하고 그 대가로 금전을 제공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들에 대한 승진발령을 취소하였습니다.

A공사의 연봉제규정에 의하면, 기본연봉 외에 직무급과 승진가산급이 있습니다.

임금 항목내용
기본연봉연봉제의 기본이 되는 금원
표준가산급직원이 1년 근속할 때마다 1년 근속 자체에 대한 기여를 고려하여 가산되는 임금
승진가산급직원이 승진할 때마다 기본연봉에 일정 비율을 곱하여 또는 정액으로 가산되는 금원 (예: 4급에서 3급으로 승진하는 경우 기본연봉 가산율 10%)
직무급업무의 중요도·난이도 등을 고려해 구분한 직위에 따라 차등 지급

한편 A공사는 3급 내지 5급 직원을 대상으로 업무의 중요도,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직위를 구분하고, 그 직위에 따라 직무급을 차등 지급합니다.

직급직위직무급
3급차장직위에 따라 차등 지급
4급과장 또는 대리직위에 따라 차등 지급
5급별도의 직위 없음매월 일정한 금액

피고 B들은 이 사건 부정행위에 따른 각 승진발령에 따라 3급 또는 5급으로 승진하여 승진 취소일까지 3급 또는 5급 직원으로서 근무하였으며, 원고 A공사로부터 3급 또는 5급 승진에 따른 표준가산급 상승분 및 승진가산급과, 이에 기초하여 산정된 기준급·연차수당·인센티브 상승분 및 직무급 등을 받았습니다.

A공사는 승진 취소에 따라 승진 이후의 기간 동안 승진으로 추가 발생한 임금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하였으나 근로자 B들이 이를 거부하여, 부당이득 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원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1심 법원은 승진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는 대가로 인상된 급여를 받은 것이므로 부당이득이 없다고 하여, 원고 A공사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수령한 급여 중 표준가산급 상승분과 승진가산급은 피고들이 수행한 업무와는 상관없이 승진으로 인하여 지급되는 금원이므로, 피고들은 표준가산급 상승분과 승진가산급 및 그에 따라 상승한 기준급, 연차수당, 인센티브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승진결격사유가 없는 3급 또는 5급 직원이 동일한 업무에 동일한 기간을 근무할 경우 위 각 금원을 차별 없이 지급받게 되는 점과 위 각 금원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이 연봉제의 적용을 받아 수령한 급여 중 '표준가산급 상승분과 승진가산급 및 그에 따라 상승한 기준급, 연차수당, 인센티브'만을 따로 떼어내 이 부분 금원이 피고들이 수행한 업무와는 전적으로 상관없이 '승진 자체'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된 것으로서 부당이득 반환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 1심. 광주지방법원 2017. 5. 18. 선고 2015가합50127 판결

2심 법원 또한 원고 A공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1심 판결이 유지되었습니다. 한편 항소심에서 원고 A공사 측은 부당이득 반환 법리와 별개로 민법상 신의칙에 따른 반환 주장도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가. 원고의 주장

피고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승진하였음에도 승진한 직급에 따라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이유로 해당 기간 동안 수령한 급여 상승분이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나. 판단

  1.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이다. 따라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제공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뢰를 하는 데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1997. 1. 24. 선고 95다30314 판결 참조).

  2. 피고들이 수령한 이 사건 급여 상승분이 공평과 정의 관념에 근거한 부당이득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부당이득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이에 의하면 비록 피고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승진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급여 상승분이 부당이득으로 반환될 대상이 아니라는 피고들의 주장은 원고의 청구원인 사실을 부인하는 진술에 불과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권리의 행사라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위와 같은 피고들의 주장이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3.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 2심. 광주고등법원 2017. 11. 22. 선고 2017나11734 판결 [부당이득금]

원고 A공사는 2심 법원의 항소 기각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습니다.

심급법원·사건번호결론
1심광주지방법원 2017. 5. 18. 선고 2015가합50127 판결원고 청구 기각 (부당이득 아님)
2심광주고등법원 2017. 11. 22. 선고 2017나11734 판결항소 기각 (신의칙 주장도 배척)
상고심대법원 2022. 8. 19. 선고 2017다292718 판결원심 파기·환송

대상판결의 판시

이 사건 1심과 2심 법원은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근로자 B들이 승진함으로써 승진한 직급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고 승진 인상분의 급여는 그 수행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기에 인상 이득에 법률상 원인이 없지 않다는 것, 즉 부당이득이 아니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승진으로 직급이 상승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실제로 이 사건 근로자 B들이 승진 후 바뀐 직급 하에서 수행하던 업무의 실제 내용이 승진 이전과 승진 이후에 달라졌는지 여부에 주목하였습니다.

원고의 연봉제규정 내용에 따르면 표준가산급이란 직원이 1년 근속할 때마다 1년 근속한 자체에 대한 기여를 고려하여 가산되는 임금이다. 만약 피고들이 승급하였음에도 직급에 따라 수행한 업무가 종전 직급에서 수행한 업무와 차이가 없다면, 피고들은 표준가산급과 관련하여 단지 승진으로 직급이 상승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급여가 상승한 것이 되고, 이는 승진가산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피고들에 대한 승진이 중대한 하자로 취소되어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한 이 사건의 경우, 피고들은 승진 전의 직급에 따른 표준가산급을 받아야 하고 승진가산급도 받을 수 없게 되므로, 피고들이 승진 후 받은 이 사건 급여상승분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부당이득으로서 원고에게 반환되어야 한다.

나.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들의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른 업무에 구분이 있는지, 피고들이 승진 후 종전 직급에서 수행하였던 업무와 구분되는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제공한 근로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를 살핀 다음, 그에 따라 이 사건 급여상승분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급여상승분은 승진에 따른 업무를 수행한 데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었으므로 피고들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보아, 원고가 이에 대해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1.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상판결

정리하면, 외형상 직급이 바뀌고 그 호칭이 과장에서 차장 등으로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수행하던 보직이 그대로였다면, 승진 인상분 급여는 실제 수행하던 업무의 내용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승진 그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승진이 취소된 이상 인상분의 원인이 사라지므로, 인상된 급여분은 부당이득이 된다는 취지입니다.

마치며

이 사건은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전형적인 법리가 승진이 취소된 노동관계에 적용된 사안입니다.

  • 승진이 취소되었더라도 승진에 따라 실질적 근로 제공의 변화가 있었다면, 승진에 따른 임금 인상액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 반면 승진 후에도 실질적 근로 제공의 내용이 동일하다면 임금 인상액의 원인은 오로지 승진이었다고 할 것이므로, 승진에 따른 임금 인상액은 부당이득 반환의 대상이 됩니다.

이것이 대상판결의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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