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노동법에서 통상임금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개념이다. 그만큼 논란도 많고 중요도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번 대상 판결로 이러한 논란이 완전히 해소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통상임금 논란은 일소에 해소되기는 어려운 개념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상 판결에서 단적으로 보여주는 키워드는 '고정성 폐기'다. 그러나 고정성이 폐기되었다고 하여 고정성 요건으로 부정되었던 모든 급여나 임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소정성의 개념을 통해 상당 부분 고정성의 망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고정성 요건으로 부인되었다고 하는 급여나 임금이 대상 판결 이후 모두 통상임금이라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또한 대상 판결은 선고일 이전에 대한 임금과 급여에 대하여 변경된 법리를 적용한다고 함으로써 이례적으로 소급 적용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꼭 기억해야 한다. 이미 존재하고 시행되는 법령에 대한 해석을 판단하는 판결이 소급 적용을 부인한다는 것은 대단한 예외이기 때문이다.
대상 판결 : 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임금]
대상 판결의 구체적 판단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본 대상 판결에서 고정성 개념이 폐기되었으나, 고정성 폐기로 고정성이 걸러주던 범위가 모두 소멸되어 통상임금 범위가 무한히 확대된 것은 아니다.
고정성의 개념을 폐기하고 그 개념에서 작동되던 어떤 원리들이 소정성이라는 개념으로 의율되는 것이고, 따라서 어찌 보면 고정성의 폐기가 있다고 하여 고정성 요건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던 급여들이 고정성 폐기로 모두 긍정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임금성 판단에 있어 그 논리 설시의 체계와 과정이 달라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겠다. 물론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되는 상여금과 같이 일부 영역과 사안에서는 결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고정성이란 잣대 없이도,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대가라는 '소정근로 대가성', 임금의 지급 시기와 지급 대상이 미리 일정하게 정해졌을 것을 요구하는 '정기성'과 '일률성'의 개념을 통하여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통상임금을 이루는 개념에는 '임금 지급에 관한 일정한 사전적 규율'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소정근로의 제공과 관계없이 일시적이거나 변동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은 여전히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그러면 구체적 사안의 적용으로 들어가 본다.
① 재직조건부 임금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이하 '재직조건부 임금')의 경우, 통상임금은 실근로와 구별되는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하는 도구개념이므로 계속적인 소정근로의 제공이 전제된 근로관계를 기초로 산정하여야 한다.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근로계약에 따라 소정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다. '퇴직'은 정년의 도래, 사망, 해고 등과 함께 근로관계를 종료시켜 실근로의 제공을 방해하는 장애사유일 뿐,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대가와는 개념상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어떠한 임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고정성 개념을 폐기한 대상 판결에서 가장 주목되는 사안의 적용이 바로 상여금의 지급기에 재직 중인 자에 한하여 지급하는, 이른바 재직조건부 상여금 사안이다. 통상임금 판단에 있어 가장 논란이 되어 온 사안이고, 사실상 사업주의 자의적 설정에 따라 통상임금 적용을 회피할 수 있다는 논란과 비판도 계속되어 왔다.
대상 판결은 고정성 개념을 폐기하고 재직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이 소정근로의 대가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재직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설시하였다.
②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하여야만 지급하는 임금(이하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의 경우,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근무일수 조건, 즉 소정근로일수 이내로 정해진 근무일수 조건이라면 그러한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설령 근로자의 실제 근무일수가 소정근로일수에 미치지 못하여 근로자가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더라도, 그 임금이 소정근로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을 갖추고 있는 한 이를 통상임금에 산입하여 연장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을 산정하여야 한다. 통상임금은 실제 근무일수나 실제 수령한 임금에 관계없이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하여 정한 기준임금이기 때문이다.
반면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였다고 하여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소정근로를 넘는 추가 근로의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다.
정리하면, 일정한 근무일수를 초과하여야만 지급되는 수당은 소정근로의 대가성이 부정되지 않기에 기본적으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그 근무일수 조건이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조건인 경우에는 소정근로의 대가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③ 성과급
근로자의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단순히 소정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업무성과를 달성하거나 그에 대한 평가결과가 어떠한 기준에 이르러야 지급되므로, 일반적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더라도 위와 같은 순수한 의미의 성과급은 여전히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최소한도의 일정액을 지급하기로 정한 경우 그 금액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
고정성이 폐기되었어도 소정성 개념의 역할로 그 결론이 기존 전원합의체 판결과 달라지지 않은 사안이다. 근무성과나 인사고과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급은 소정근로의 대가성이 부정되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최소한 보장되는 금액은 여전히 통상임금에 포함되는데, 이 역시 기존의 결론과 같다. 어느 고과나 실적을 받든 최소한으로 보장된 성과급액은 '성과급'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을 뿐 실적이나 고과와 무관하게 무조건 지급될 수밖에 없기에 당연한 결론이라 할 것이다.
세 유형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 정리
| 임금 유형 | 핵심 판단 기준 | 통상임금 해당 여부 |
|---|---|---|
| 재직조건부 임금(재직조건부 상여금 등) | 재직 조건은 소정근로 대가성과 개념상 무관 | 포함 |
|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 조건이 소정근로일수 이내 | 조건 미충족으로 미지급되어도 소정근로 대가성은 인정 | 포함 |
|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 조건이 소정근로일수 초과 | 소정근로를 넘는 추가 근로의 대가 | 불포함 |
| 순수 성과급(근무실적·평가 결과에 연동) | 소정근로 대가성 부정 | 불포함 |
| 성과급 중 최소 보장액 | 실적·고과와 무관하게 무조건 지급 | 포함 |
대상 판결의 소급 적용 부인
법원의 판결은 존재하는 법령의 해석에 관한 판단이므로, 그 해석에 대하여 당해 법령이 시행되는 날까지로 소급하여 적용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사실 '소급 적용'이라는 말 자체도 적절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 법령이 어떤 의미와 효과를 갖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사법부의 역할이기에, 당해 법령이 어떤 모습이라고 해석한 판단은 그 대상인 법령이 태어난 때, 즉 시행이 시작되던 시점부터를 의미하는 것이 내재된 당연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이러한 원칙에도 불구하고 판단의 적용 시점을 판결일 이후로 제한하였다. 판결의 취지는 다음과 같다.
판례변경은 임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이어서 집단적 법률관계인 임금 지급에 관한 근로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법리를 전면적으로 소급 적용하면 종전 판례를 신뢰하여 형성된 수많은 법률관계의 효력에 바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신뢰보호에 반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법리는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당해사건 및 이 판결 선고 시점에 이 판결이 변경하는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투어져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들(이하 '병행사건')에는 구체적 사건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법의 본질상 새로운 법리를 소급 적용하여야 한다.
법령의 해석에 관한 판결이라는 측면에서는 논리적으로 모순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이 사건 쟁점과 사안이 노동관계에 따른 집단적 법률관계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본 대상 판결처럼 판결에 대하여 소급 적용을 부인한 대법원판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정리하면, 대상 판결 선고일 이후의 임금과 급여에 대한 것만 본 대상 판결의 법리가 적용되고, 그 이전에 대한 것은 기존 법리가 적용된다. 다만 대상 판결 당해 사건과 이와 같은 법리로 선고일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병행사건에 대하여는, 선고일 이전에 대한 급여와 임금이긴 하나 본 대상 판결의 법리가 적용된다.
| 구분 | 대상 기간 | 적용 법리 |
|---|---|---|
| 일반 사건 | 2024. 12. 19.(선고일) 이후 제공한 연장근로 등 법정수당 | 새로운 법리(소정성 기준) |
| 일반 사건 | 2024. 12. 18.까지 제공한 연장근로 등 법정수당 | 종전 법리(고정성 기준) |
| 당해사건·병행사건 | 선고일 이전분 포함 전체 | 새로운 법리(예외적 소급 적용) |
정리하며
통상임금 법리의 핵심적인 기준이 되었던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11년 만에 2024년 전원합의체 대상 판결이 선고되었다. 핵심은 고정성의 폐기라고 하나, 고정성 개념이 폐기되었다고 하여 고정성으로 걸러지던 망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역할의 일부를 소정성이라는 개념이 수행한다.
즉 기존에 고정성 부인으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여, 대상 판결에서 고정성 개념이 폐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통상임금으로 당연히 포섭되는 것은 아니다.
대상 판결 법리의 결과로 실무에서 파급력이 큰 사안은 재직 중인 자에 한해 지급되는 상여금에 대한 것이다. 해당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만큼, 실무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풀어 나갈지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모든 것이 그렇듯 노동법 또한 근로자와 사용자라는 대립하는 두 당사자의 입장과 이익을 조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상 판결이 그러한 노력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