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 불법파견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Ⅱ

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이 사건은 하청업체의 근로자가 원청을 상대로 불법파견임을 이유로 직접고용을 구하면서, 이와 함께 원청근로자보다 임금 조건이 낮았던 부분에 대해 차별시정의 일환으로 차액 임금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여기서 차액임금을 구하는 채권의 소멸시효가 문제되었는데, 이 채권이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 채권인지 여부가 우선적으로 판단되어야 합니다. 대상 판결의 결론은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에 대한 소멸시효가 적용된 사안인바, 불법행위 손해배상 채권의 소멸시효 법리에 대하여도 함께 살펴봅니다.

민법의 소멸시효는 10년이고 근로기준법은 3년입니다. 불법파견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인지 아니면 3년인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대상판결을 통해 그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대상판결: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1다213477 판결

4. 불법행위 손해배상 채권의 소멸시효

우리 민법은 고의나 과실에 따른 위법행위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바로 민법 제750조입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방대한 민법 조문 중에서도 매우 유명한 조문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일상생활과 실무에서 많이 쓰이는 규정이기도 합니다. 이 불법행위 손해배상 채권도 일반 소멸시효와는 다른 특별한 소멸시효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불법행위 손해배상 채권은 이처럼 소멸시효가 3년과 10년, 두 가지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입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은 결국 손해가 드러나거나 피해자인 채권자가 이를 인식할 수 있어야 현실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이와 같이 규정한 것입니다.

여기서 10년이라는 기간의 성격을 두고 소멸시효인지 제척기간인지에 대해 학문상 논란이 있고 민법 교과서에서도 이를 서술하고 있지만, 실무에서는 이를 구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니 이 부분은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과거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같이 행위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이후에야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경우,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불법행위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합리한 결론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대법원은 비교적 소멸시효 기산점을 늦추는 쪽으로 해석하여 적용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정한 "손해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손해 발생의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이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소구할 수 있다는 것까지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찰관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甲이 그 경찰관들을 폭행죄로 고소하였으나 오히려 무고죄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상고심에서 무죄로 확정된 사안에서, 甲의 무고죄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甲이 가해 경찰관들이나 국가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가해 경찰관들에게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할 입장에 놓일 수도 있어, 이와 같은 상황 아래서 甲이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이므로, 甲의 손해배상청구는 무고죄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에야 비로소 사실상 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며, 甲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다71592 판결 [손해배상(기)]

5. 대상 판결

2013년부터 B회사의 수급회사(하청업체)에서 일하던 근로자 A는 2015년 2월 하청업체로부터 근로계약관계 종료 통보를 받자, B회사를 상대로 불법파견임을 이유로 직접고용을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와 함께 B회사가 자신을 직접고용하지 않은 기간에 발생한, 원청근로자보다 불리한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차별적 처우에 관한 임금 차액을 청구하였습니다.

파견근로자라는 이유로 원청근로자보다 임금을 적게 지급받은 것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므로, 차별 시정의 내용으로 원청근로자와의 임금 차액을 청구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B회사는 차액 임금 청구는 근로기준법상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이미 소멸시효가 도과되어 소멸하였다고 항변하였고, 근로자 A는 이것이 임금 채권이 아니라 손해배상 채권에 해당하므로 민법이 적용되어 소멸시효가 10년이어서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였다고 재항변하였습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차별적 처우의 금지 및 시정 등) ①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라는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즉 파견법은 기간제법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근로자라는 이유로 정규직 근로자와의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 이에 대한 채권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문제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적용될 경우, 3년의 기산점이 될 "안 날"이 언제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2. 6. 28. 선고 판결

원심은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에는 민법 제766조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데, 원고가 노동조합 위원장의 진정서 제출일인 2014년 6월 14일 또는 이 사건 소 제기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되는 2015년 1월 18일 당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차별적 처우의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을 배척하였습니다.

대법원 역시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따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그 기산점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대법원은 안 날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소 제기일을 역산하여 3년이 된 과거의 시점에 근로자 A가 피해 및 가해자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 시점에 이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B회사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배척한 것입니다.

6. 마치며

과거에도 우리 대법원은 파견법 제21조 제1항 위반으로 인한 임금 차액 상당액의 성격이 임금이 아닌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이라고 판단한 선례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파견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 대하여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의가 있습니다.

나아가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멸시효에 관한 "안 날"의 의미에 관하여도 기존 선례와 마찬가지로 구체적 인식을 엄격히 요구하는 쪽으로 해석함으로써, 채권자인 근로자 보호에 충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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