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Ⅲ
산업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 삶 모든 부문이 달라지듯이, 생계를 위하여 일하는 노동의 모습도 매우 변화하고 진보하고 있습니다. 배달 플랫폼의 배달 기사, 모빌리티 서비스의 운전 종사자, 대리운전 기사 등 플랫폼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성과 관련하여 어떻게 취급하고 보호할 것인가는 노동법의 큰 고민의 지점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대상 판결은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한 리딩 사례입니다. 어느 판결이나 하나하나 그 의미와 중요성이 없다고 할 수 없겠지만, 특히나 대상판결은 그런 만큼 선례로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대상 판결의 구체적 내용으로 들어가, 근로자성의 법리라는 바탕 위에 이 사건의 구체적 사실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의율하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대상판결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두32973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건의 개요와 쟁점
이 사건은 사실상 사업의 실질적 주된 주체인 플랫폼 사업자가 있고, 운전 종사자를 공급하는 공급업체가 있었으며, 운전 종사자는 공급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구조였습니다. 계약의 외형상 근로계약이 아니었기에, 실질상 운전 종사자가 근로자성을 갖추었는지가 핵심 논점이었습니다.
항소심 판결은 앞선 강의에서 자세히 언급드린 근로자성의 각 지표들을 하나하나 적시하며 이 사건 운전 종사자에게 해당하는지를 설시하였고, 결론적으로 근로자성이 존재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사실 내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참가인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자성 판단, 무엇을 보았나
법원은 크게 세 가지 축에서 근로자성을 확인했습니다.
| 판단 지표 | 법원이 확인한 사실 |
|---|---|
| 업무 내용의 자기결정권 | 대기 장소부터 운행 경로, 응대 멘트까지 앱이 정한 틀 안에서만 움직였고 벗어날 재량이 없었음 |
| 지휘·감독의 정도 | 교육자료·매뉴얼·근무규정을 통해 업무수행방식, 근태관리, 고객 응대까지 구체적으로 통제받았음 |
| 근무시간·장소의 자기결정권 | 배차표로 근무시간과 조가 지정되고, 스케줄 변경과 배차 미수락에는 인사상 불이익이 뒤따랐음 |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있었는가
운전 종사자가 운행시간 동안 대기하다가 고객의 콜이 오면 이를 수락하여 지정된 운행 경로에 따라 운행하였다는 사실에서, 법원은 종사자가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실제 업무 흐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임의의 장소가 아니라 F 앱이 안내하는 대기 장소에서 대기
- 이용자가 배차되면 15초 이내에 배차를 수락한 뒤 탑승지로 이동
- 탑승 후에는 F 앱 로직이 결정하는 운행 경로에 따라 목적지까지 운행
- 서비스 단계별로 정해진 필수 서비스 멘트만 사용하고, 그 외에는 이용자에게 먼저 대화를 시도할 수 없음
- 탑승 3~5분 무렵 차내 온도·라디오 음량 확인, 목적지 도착 3분 전 소지품 확인 1차 안내
- 도착 후 목적지 확인과 소지품 2차 안내, 자동문 작동으로 하차 지원
- 하차 후 자동문을 닫고 요금 정산, 이어 30초 휴식 후 영업 재개
- 운행 도중 F 서비스 이용자 외 다른 승객을 유치하거나 태울 수 없음
법원은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F 서비스 운영자가 F 앱 등을 통하여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정해졌고, 참가인이 그러한 틀을 벗어나 자신의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운전 종사자에게는 복무지침에 준하는 수준 이상의 매뉴얼이 있었고, 운행·근태·고객응대·차량관리 등 세밀한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고객 불만이 제기되면 교육까지 받아야 했다는 사실에서 법원은 고용상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는가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플랫폼 사업자는 서비스를 균질화하고 표준화하기 위하여 협력업체들에게 각종 교육자료와 기본 업무매뉴얼, 근무규정을 제공·배포하였습니다. 이 교육자료와 운영가이드라인은 프리랜서 드라이버의 노무 제공을 규율하는 일종의 지침이 되어, 운전용역 제공 각 단계별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지시하였습니다.
- 이용자들의 서비스 불만 사례가 급증하자 차고지를 직접 방문해 드라이버 보수 교육 실시
- 2019년 7월경 성희롱 사건 발생 시 전체 드라이버 대상 성 인지교육 실시
- 협력업체가 마련한 근무규정은 배차거부(계약해지) 표준 가이드라인과 거의 동일하게, 항목별 적용기준·평가주기·조치내용(경고, 안전교육, 대면교육, 계약해지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
- 매달 '거짓출근' 및 '늦게시작' 자료를 협력업체에 제공하여, 이를 근거로 해당 드라이버에게 경고·계약해지 등 제재 가능
법원은 이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참가인은 노무 제공 과정에서 F앱 등을 통하여 업무수행방식, 근태관리, 복장, 고객 응대, 근무실적 평가 등 업무 관련 사항 대부분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스스로 정할 수 있었는가
매주 협력업체에는 차고지별로 운행시간과 운행조가 특정된 배차표가 배부되었습니다. 참가인에게 원하지 않는 날에 근무신청을 하지 않을 선택권은 있었지만, F 차량이 배차되어야만 근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무시간 및 장소를 지정하는 최종적인 권한은 참가인이 아닌 플랫폼 운영자에게 있었습니다.
일단 배차를 받은 후에는 정해진 차고지 및 배차시간 동안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었고, 운행요일 변경이나 배차 취소를 요청할 수는 있었으나 다음과 같은 통제 장치가 함께 작동했습니다.
- 배차 전일 16시 이전 스케줄 변경 월 5회 이상, 배차 전일 16시 이후 배차 시작 전까지 변경 월 3회 이상 시 계약해지 등 제재
- 배차 우선순위를 10시간 근무자 1순위, 9시간 근무자 2순위로 정해 장시간 근로를 유인
- 운행시간의 80% 이상을 운행해야만 추가수당을 지급함으로써 휴게시간 사용을 사실상 통제 (실제 참가인은 운행일에 10시간 근로, 휴게시간은 90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사용)
- 배차를 수락하지 않으면 각종 인사상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어 사실상 자유로운 거부가 어려웠고, 실제 전체 배차건수 중 미수락 건의 비율은 월별 0.83%~1.29% 수준에 불과
배차 콜을 수락할 경우 운행 코스가 정해지고, 수락 여부가 형식상으로는 재량과 자유이지만 미수락 시 인사평가에 영향을 준다고 고지되어 있었으며 실제 미수락율이 1%에 불과했다는 사실에서, 법원은 참가인이 스스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정할 수 없었다는 사정 또한 근로자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