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된 근로자상, 플랫폼 노동 앞에서 흔들리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형적인 근로자의 모습은 아침 9시에 회사로 출근해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하고, 중간에 점심 휴게시간을 가지며, 저녁 6시에 퇴근하는 모습이다. 급여 역시 매달 정해진 액수를 받는다. 법리상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근로 시간·근로 장소·급여라는 보수가 고정되어 있다는 점은 매우 일반적인 근로자의 외형이었다.
그런데 산업의 발전과 사회의 변천, 기술의 혁신은 근로자의 모습, 그리고 법리상 그 정의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는 이러한 고민을 한층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자동차 호출 서비스 플랫폼 회사 소속 드라이버 노동자의 근로자성 여부를 다룬 대상판결을 살펴본다. 사회 변화에 따라 노동법상 근로자의 모습과 정의를 두고 법원이 어떤 고민과 판단을 내렸는지 들여다본다.
대상판결.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두32973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용종속관계를 가르는 8가지 지표
근로자성, 즉 사용종속관계 여부를 판단할 때 법원은 기초 사실에 따른 8가지 지표가 사실적으로 존재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핀다.
| 구분 | 판단 지표 |
|---|---|
| a) |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여부 |
| b) |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의 적용 여부 |
| c) |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여부 |
| d) | 사용자가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는지 여부 |
| e) |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용·원자재·작업도구를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해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 |
| f) |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전속성 유무와 그 정도 |
| g) |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고정급 여부 및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
| h) | 사회보장제도 관련 법령에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
a)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여부
수행해야 할 업무 내용이 업무 의뢰에 의해 결정되거나, 업무의뢰자의 의뢰를 노무제공자가 거부할 수 없으며, 의뢰자가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는지를 살핀다.
b)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의 적용 여부
근로자명부, 출근부, 인사기록부 등 인사관리 대장이 갖추어져 있고, 복무규율을 위해 명칭을 불문하고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과 같은 내부 규범이 존재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본다.
c)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여부
부여된 업무의 구체적 실행 과정에서 업무의뢰자가 상당한 지휘와 감독 등으로 관여하고 있는지가 기준이 된다. 대법원은 백화점 판매용역 사안에서 이 지표를 다음과 같이 적용한 바 있다.
갑 주식회사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백화점에 파견되어 판매원으로 근무하던 을 등이 갑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을 등을 비롯한 백화점 판매원들이 지정된 근무장소에서 백화점 영업시간 동안 지정된 물품만을 지정된 가격으로 판매한 점, 백화점 근무 시 백화점 매장관리 지침을 준수하면서 백화점에서 요구하는 통상적인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것을 요구받은 점, 갑 회사는 전산시스템을 통하여 각 매장의 재고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던 점, 갑 회사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후 내부 전산망을 통하여 을 등 백화점 판매원들에게 업무와 관련하여 각종 공지를 한 점, 을 등 백화점 판매원들이 휴가·병가 등을 사용할 경우 사전 또는 사후에 갑 회사에 보고한 점, 매장에서 사용되는 비품·작업도구 등이 모두 갑 회사 소유로 무상으로 제공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을 등 백화점 판매원들은 갑 회사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여 계약의 형식이 위임계약처럼 되어 있지만,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갑 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계약관계라고 봄이 타당하다. —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퇴직금 등]
d) 사용자가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는지 여부
시간과 장소가 고정되었거나, 고정된 것은 아니더라도 그 지정이 업무의뢰자의 결정에 따라 구속되는지를 본다. 다만 대상판결의 사안처럼 산업의 변화에 따라 상당한 유연성을 보일 수 있는 사실적 지표로 평가될 수도 있다.
e) 노무제공자의 독립적 사업 영위 가능성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용,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가 기준이다. 근로자와 대비되는 사업자는 스스로 손실의 위험을 떠안는 반면 이윤 창출의 이익을 갖고 그에 따라 운영 비용도 스스로 부담하는데, 이와 달리 생계를 위해 노동 제공에 대한 급부로 고정된 급여의 이익을 얻을 뿐 사업의 손익과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f)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전속성
노무 제공자가 두 개의 사업장에 동시에 종사할 수 없거나 다른 작업을 할 수 없는지를 살핀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근로자는 하나의 사업장에 전속적으로 근무하며 생계를 위한 보수를 얻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대학교 시간강사 사안에서 이 지표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각 대학교의 시간강사들이 전임교원들과 같은 정해진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지 아니하고 근로제공관계가 단속적인 경우가 일반적이며 특정 사용자에게 전속되어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로부터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 당하지 아니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들은 최근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시간제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는 데다가 사용자인 원고들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들에 불과하다. 또한, 시간강사들이 원고들로부터 강의내용이나 방법 등에 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은 것은 지적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강의업무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일 뿐 그들이 근로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각 대학교의 시간강사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 —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두13018, 13025 판결 [산업재해보상보험료등부과처분취소]
g) 보수의 성격
사업의 손익보다는 근로 제공 자체에 비례하는 급부인 보수를 받고 있는지, 그리고 보수에 대한 행정 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본다. 다만 행정처리는 사업주에 의해 우월적으로 결정되기 쉬운 요소라는 점을 법원은 명확히 밝히고 있다.
h) 사회보장제도상 지위
산재보험, 고용보험 기관에서의 행정 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본다. 다만 이 역시 사업주의 신청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법원은 함께 지적하고 있다.
대상판결의 사안 — 엇갈린 1심과 2심
대상판결의 사안은 1심과 항소심(2심)의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사용자 측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1심 판결을 취소하는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판결 — 제척기간 도과 여부
이 사건은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거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대상으로 행정소송이 제기된 사안이다. 잘 알려진 대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려면 해고가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하며, 이 기간을 제척기간이라 부른다.
근로기준법 제28조(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 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당해고 등을 하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구제신청은 부당해고 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이 사건 근로자는 관계 종료가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문제는 신청 이후 사용자인 피신청인을 추가했는데, 그 추가 신청 시점이 3개월을 도과한 이후였다는 데 있다. 이에 추가된 사용자 측은, 자신들은 3개월이 지난 뒤에 피신청인으로 추가되었으므로 제척기간이 이미 도과했고 따라서 자신들에 대한 추가 신청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부당해고 구제신청 이후 피신청인을 추가했을 때 제척기간 도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을, 추가된 피신청인에 대해서도 여전히 최초 신청 시점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추가된 피신청인에 대해서는 별도로 추가 신청 시점을 기준으로 볼 것인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