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는 근로계약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합니다(근로기준법 제20조). 일정한 손해배상액이나 위약금을 미리 정해 두면, 근로자가 실제 손해액에 비해 부당하게 배상을 강요받고 자유의사에 반하는 강제근로의 위험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사례들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 그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기로 하되 이를 위반할 경우 일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약정의 효력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소정 금원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그 약정의 취지가 약정한 근무 기간 이전에 퇴직하면 그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명백히 구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반하는 것이어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 약정이 미리 정한 근무 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일 때에도, 결과적으로 위 조항의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것이어서 역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약정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교육 훈련 또는 연수를 위한 비용을 우선 지출하고 근로자는 실제 지출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는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되 장차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그 상환 의무를 면제해 주기로 하는 취지인 경우에는, 그러한 약정의 필요성이 인정됩니다. 이때 주로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하여 원래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비용을 지출한 것에 불과한 정도가 아니라, 근로자의 자발적 희망과 이익까지 고려하여 근로자가 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사용자가 대신 지출한 것으로 평가되고, 약정 근무 기간 및 상환해야 할 비용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범위 내에서 정해져 있는 등 위와 같은 약정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약정까지 구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 입사해 사측과 영업비밀 보호계약을 체결하면서 10년간 일하고 그 이전에 퇴사하면 10억 원을 배상하기로 하는 약정을 한 경우, 이는 피고가 약정 근무 기간 이전에 퇴직하는 등 위 약속을 위반하기만 하면 그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미리 정한 10억 원을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것으로, 구 근로기준법 제27조가 금지하는 전형적인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 2006다37274
2. 퇴직 후의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위약금 예정
근로계약 불이행에 따른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이 아니라 퇴직 후에 유사 업종에 종사함으로써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이라면, 동법 동조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사료되며 민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근기 68207-2217
3. 해외파견근무 후 의무재직기간 근무 불이행 시 해외근무 경비 반환 약정
피고가 사용자의 업무명령에 따라 원고 회사의 관련 기업에서 본연의 업무에 종사한 점, 파견된 회사에서의 담당업무 내용, 해외근무기간 등에 비추어 이 사건 해외근무의 주된 실질은 연수나 교육훈련이 아니라 단순한 근로장소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합니다. 또한 해외근무기간 동안 원고 회사가 피고와 그 동반가족을 위하여 지급 또는 지출한 부임여비 및 기타 체재비 역시 장기간의 해외근무에 대한 대가이거나 업무수행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비에 해당하여, 이는 원래 원고 회사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것이고 피고에게는 그 반환의무가 없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재직기간 의무근무 위반을 이유로 근로자가 해외근무에 소요된 경비를 반환하기로 하는 이 사건 약정은 실질적으로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이어서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것입니다.
대법 2001다53875
4. 근로계약서상의 퇴직 2개월 전 사전 통보 및 위반 시 위약금 약정 조항의 효력
근로계약서상 퇴사 2개월 전에 통보하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로, 업주(원고)가 직원(피고)에게 근로계약서상 '2개월 전 통보 조항을 위반할 경우 위약금을 지불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이에 대하여 근로계약서상 위와 같은 사전통보 조항은 손해배상을 빌미로 근로를 강제하는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울산지법 2020가소205038
5. 비밀보호계약을 체결함과 아울러 10년간 근무하기로 약정하였고 불이행 시 배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의 유효성
피고가 소외 2 주식회사와 사이에 "피고는 소외 2 주식회사의 영업비밀을 재직 시 또는 퇴직 후 정당한 이유 없이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아니하고,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소외 2 주식회사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여 손해를 가하였을 때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영업비밀보호계약을 체결함과 아울러 소외 2 주식회사에서 10년간 근무하기로 약정하였고, 금 5억 원을 위 영업비밀보호 및 10년간 근무 약정에 대한 약속이행금으로 확인하면서 불이행 시는 그 금액의 배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의하여 금지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유효합니다.
부산고법 2005나19491
6. 경업금지 약정 위반 시 연봉의 2배를 지급한다는 위약벌 조항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는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의무의 강제로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됩니다.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경업금지 및 유인금지 약정에 대한 대가를 별도로 지급받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위 위약벌 규정 외에도 별도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의무의 강제로 인하여 얻어지는 원고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겁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위 위약벌 조항은 피고가 지급받은 연봉의 1.5배 범위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유효하고, 나머지 부분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상당합니다.
서울중앙지법 2016가합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