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업무를 원인으로 하여 근로자가 재해를 입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에게 치료비는 물론 근로를 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얻지 못한 임금을 대신하는 보상을 하며, 장해가 남거나 사망에 이르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합니다. 다만 그 재해가 피해 근로자의 고의나 범죄행위로 발생한 경우에는 보상을 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상 판결은, 근로자가 업무를 위한 이동을 위해 회사 차량을 직접 운전하여 이동을 하던 도중 스스로 중앙선을 침범하여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안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가 중앙선을 침범한 사고로 발생한 재해이기에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된 사건이므로 보상을 거부하였고, 유족은 불승인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보상하지 않는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재해'의 의미가 무엇이고, 그 규정의 의미와 관련하여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본 사안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한 대상판결을 살펴봅니다.
대상판결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1. 개요
근로자가 업무로 인하여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 이를 산업재해라고 하고, 재해근로자와 그 부양 가족을 위하여 일정한 보상을 합니다.
산재보상은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에 규정이 되어 있고 사업주가 보상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특별법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산업재해 업무를 관장하는 국가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보상을 합니다. 다만 그 재원은 사업주로부터 징수한 산재보험료를 기반으로 하지요.
근로자가 일하다 재해를 입어 일도 할 수 없고 생계의 수단인 임금을 득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하여, 보상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 직접 보상업무를 관장하되 그 재원 부담은 사업주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근로자가 고의나 범죄 행위로 재해를 발생시켰다면, 일반 상식 차원에서 보아도 이러한 경우에 보상을 해주는 것은 당연히 부당하겠지요. 따라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도 이러한 경우 보상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의 고의나 범죄행위가 원인이라면 업무를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라는 산업재해 개념 자체에 포섭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고, 산업재해라고 하더라도 보상해주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요. 어쨌든 보상을 해주는 것이 부당하다는 점은 분명하고, 우리 법도 이를 명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재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②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2. 사건의 경과
1) 기초 사실
근로자 A는 출장 후 회사로 복귀하기 위해 업무용 차량을 운전하던 도중 중앙선을 침범하였고, 마침 반대편에서 오던 트럭과 정면 충돌하여 사망하였습니다. 근로자 망 A가 왜 중앙선을 침범하였는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혈액감정 결과 망인의 음주는 확인되지 않았고, 망인은 십수 년 전에 운전면허를 취득하였으며 교통사고 관련 특별한 전력은 없었습니다. 수사기관은 졸음운전으로 추정하였습니다.
망 A의 유족은 업무 중의 사고였으므로 산재 유족급여를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였으나, 공단은 이 사건 사고의 직접 원인이 망 A가 중앙선을 침범함으로써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급여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고, 이에 유족은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정리하면 사실관계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고 경위: 출장 업무를 마치고 업무용 차량으로 근무지 복귀 중 중앙선 침범 → 반대편 6.5t 트럭과 정면 충돌
- 중앙선 침범 이유: 규명되지 아니함(현장 CCTV 영상·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 미확인)
- 음주 여부: 혈액감정 결과 음주사실 확인되지 아니함
- 운전 경력: 1992. 3. 20. 자동차운전면허 취득 후 교통법규 위반 내지 교통사고 전력 없음
- 수사기관 추정: 졸음운전
- 공단 처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의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2) 원심의 판단
1심은 비록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위반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보상을 하지 아니할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근로복지공단의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다음부터는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다음부터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타인의 관여나 과실의 개입 없이 오로지 근로자가 형사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법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위반행위와 업무관련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 사건 사고가 오로지 고인의 과실로 발생하였다고 하여도 협력사 교육에 참가하였다가 근무지로 복귀하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였음을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봄이 타당하다.
— 서울행정법원 2021. 4. 22. 선고 2020구합74641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반면 2심은, 산재법에서 규정한 범죄행위의 범위에 대하여 고의이든 과실이든 그 경중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이 중앙선 침범이라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행위를 원인으로 한 것이 분명하기에 거부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라고 규정하여 고의·자해행위와 범죄행위를 병렬적으로 나열하여 보험수급권 제한 사유로 들고 있는바, 법문상 범죄행위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제한은 우연성이라는 보험사고를 매개로 하는 보험제도의 본질과 위법한 행위로 보험급여 혜택을 받으려는 자에 대한 징벌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고의·자해행위'와 별개로 형법 등에 위배되는 모든 범죄행위에 대하여 보험급여 혜택을 제한하려는 입법자의 의도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언에서 범죄행위에 대한 아무런 구분이 없다는 점, 사회보장수급권에 대한 폭넓은 입법형성의 자유가 있다는 점,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포함한 산재보험법 제37조의 개정 이유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을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범죄행위'는 문언 그대로 형법 등에 의하여 처벌되는 행위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원고 주장과 같이 범죄행위를 법문에 병렬적으로 규정된 고의·자해행위에 준하는 행위로 제한해석 할 경우, 범죄행위에 해당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법자가 예정한 의도에 어긋날 수 있고, 범죄행위 중 고의·자해행위에 준하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법문 자체로는 구분이 어려워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
도로교통법 제13조 제3항은 "차마의 운전자는 도로(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를 말한다)의 중앙(중앙선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중앙선을 말한다) 우측 부분을 통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156조 제1호는 제13조 제3항을 위반한 차마의 운전자는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중앙선 침범행위는 도로교통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이 사건 사고는 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하여 반대편에서 진행하던 6.5t 트럭의 앞 부분과 충돌함으로써 발생하였다. 고인이 중앙선 침범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중앙선을 침범한 과실은 운전자에게 주어진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 비록 고인이 중앙선을 침범한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현장 CCTV 영상이나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이 확인되지 않고 고인의 음주행위나 졸음운전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다), 달리 불가피한 사유가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사고가 발생한 것 자체만으로 고인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서울고등법원 2021. 12. 10. 선고 2021누42070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 중앙선 침범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범죄행위라기보다는 통상적으로 수반될 수 있는 위험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여지가 크기에, 산재법 제37조 제2항의 범죄행위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망인이 근무지로부터 약 47km 정도 떨어져 있는 아산시 ○○면 (회사명 1 생략) △△△캠퍼스에서 1시간 30분 일정의 출장 업무를 마치고 이 사건 업무차량을 운전하여 돌아오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점,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이 중앙선을 침범하였으나 중앙선 침범 이유가 무엇인지는 규명되지 아니한 점, 혈액감정 결과 망인의 음주사실은 확인되지 아니한 점, 수사기관은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추정한 점, 망인이 1992. 3. 20.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교통법규 위반 내지 교통사고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와 그로 인한 망인의 사망이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어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이 사건 사고는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 대상 판결
심급별 판단 요약
| 구분 | '범죄행위'의 해석 | 이 사건 결론 |
|---|---|---|
| 1심(서울행정법원 2020구합74641) |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법 위반행위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범죄행위'로 단정할 수 없고, 위반행위와 업무관련성을 고려해야 함 |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공단 처분 위법) |
| 2심(서울고등법원 2021누42070) | 문언 그대로 형법 등에 의하여 처벌되는 행위로 해석함이 타당하며, 고의·과실의 경중에 따라 달리 볼 수 없음 | 중앙선 침범은 도로교통법상 처벌되는 범죄행위이므로 부지급 처분 정당 |
| 대법원(2022두30072) |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은 범죄행위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 |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로 볼 여지가 커, 원심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음 |
3. 마치며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이 범죄행위로 인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는 취지는, 근로자가 스스로 야기한 위험을 보상해 줄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범죄라는 반사회적 행위를 보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에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대사회에서 각종 행정 형벌의 증가로 범죄의 범위는 무한 확대되고, 형법에서 다루는 기존 범죄와 달리 비난 가능성이라는 그 밀도는 부분부분 꽤 엷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확대되고 엷어진 범죄행위의 개념에서, 스스로 야기한 위험과 업무 중 통상 수반될 수 있는 위험을 어떻게 갈라야 할지에 대하여 고민을 하게 된 사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