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하여 공유경제 플랫폼 모빌리티 신사업 구조에서 운전 종사자가 노동법상 근로자인지 여부에 대하여 판시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본다.
복잡한 산업의 발전과 변천 속에서 새로운 산업 구조가 속속 등장하지만, 법이 이를 일일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법리로 이러한 사회와 산업의 역동적인 변동을 어떻게 의율하고 적용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굉장히 어려운 숙제임에는 분명하다.
그렇기에 리딩케이스가 되는 이번 대상 판결의 의미와 그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회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플랫폼 사업 구조에 여러 회사가 그 역할을 분담하고 있을 때, 어느 회사를 운전 종사자의 사용자로 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논점을 살펴본다.
대상판결.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두32973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여러 회사가 얽힌 사업 구조
이 사건 참가인이 사용종속관계 하의 근로자라면 그에 대응하는 사용자가 존재할 텐데, 관련된 회사가 여럿이다 보니 그중 누구를 사용자로 볼 것인지가 문제 된다.
우선 이 사건 사업의 구조를 살펴보자. 기존의 자동차만 빌려주는 렌터카업과 승차를 제공하는 택시업을 융합한, 이른바 신사업 모델로서 차량과 운전자를 모두 빌려주는 공유경제 플랫폼 서비스 사업의 주된 주체가 되는 원고 회사가 있다. 한때 언론에서 상당히 주목을 받아 이 사업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찬반양론이 뜨거웠던 것을 기억하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이 서비스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원고 회사 외에도,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개발·운영하는 D 회사가 있고, 드라이버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여 공급하는 E사가 있다. 외형상 운전 종사자는 E와 계약을 체결하고 보수도 E로부터 받았으며, 한편으로는 D가 개발·운영하는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일했다.
사용자는 누구인가 —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하다
법원은 먼저 판단 기준을 명확히 했다.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사용자인가를 판단할 때에는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를 판단할 때에 고려하였던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 위에서 원심법원은 형식과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지휘·감독을 하는 자를 사용자로 보아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E와 D는 사용자가 아니고 원고가 사용자라고 판시했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실질적으로 참가인을 지휘·감독하며 참가인으로부터 근로를 제공받아 온 원고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E — 계약의 상대방일 뿐, 실질적 사용자는 아니다
먼저 외형상 계약 체결의 상대방인 E에 대한 판단을 살펴보자.
E는 원고에게 참가인을 소개하고 공급한 업체에 불과할 뿐, 참가인이 수행한 운전업무에 관하여 참가인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
E는 참가인과 '드라이버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이기는 하지만, 그 계약의 주요 내용은 E가 원고와 체결한 운전용역계약에 따른 것이었다. E를 비롯한 협력업체는 사실상 프리랜서 드라이버의 임금, 근로시간, 업무내용 등 근로조건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없었고, 원고의 결정에 따라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기도 했다.
E가 모집공고를 통해 프리랜서 드라이버를 채용하기는 했지만, 공고에는 채용회사의 상호가 별도로 기재되지 않고 'F드라이버 채용'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었으며, 그 채용 과정에도 F 서비스 운영자가 관여했다. 프리랜서 드라이버의 구체적인 업무내용 역시 F 서비스 내용에 따라 정해졌고, E를 비롯한 협력업체는 D로부터 제공받은 드라이버의 출근·퇴근·콜 미수락 등 근태 정보 외에는 프리랜서 드라이버의 근무상황과 관련한 별도의 자료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교육자료와 근무규정도 D로부터 제공받은 것을 일부만 수정한 채 거의 그대로 사용했고, E는 원고로부터 시간당 11,000원의 운전용역대금을 지급받아 프리랜서 드라이버에게는 시간당 10,000원을 지급한 뒤 그 차액을 수수료로 취했을 뿐이다.
결국 E의 주된 사업내용은 원고가 운영하는 F 서비스 사업에 필요한 운전인력을 모집·공급하고, 원고로부터 그 인력에 대한 보수를 지급받아 전달하는 데 그쳤다. 그 과정에서 E는 공급한 프리랜서 드라이버에 대하여 독자적인 노무관리를 하지 않았다. 즉 E는 운전 종사자와 계약을 체결한 외형상 법률관계의 상대방인 것은 맞지만, 채용, 업무내용의 설정, 업무 지침의 작성, 보수 지급 등 사용자로서의 실질은 모두 원고나 D가 제공한 플랫폼 서비스에 따라 기계적으로 집행했을 뿐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하는 사용자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D — 플랫폼을 운영했지만, 원고를 대행했을 뿐
그렇다면 E에게 업무 내용과 지침을 제공한 플랫폼 개발·운영자 D에 대한 판단은 어떠했을까.
F 서비스의 실질적인 운영주체는 원고이고, D는 원고로부터 F 서비스 사업을 위한 일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것에 불과하여 참가인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서비스 준비 과정에서부터 D로 하여금 F 앱과 연관된 F 서비스 운영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D가 원고와 체결한 예약중개계약을 통해 담당한 업무는 F 앱을 개발해 이용자를 모집하고, 이용객의 서비스 이용대금 결제를 대행하는 것 외에도 원고의 F 서비스 사업에 필요한 여러 업무를 아울렀다. 그런데 F 서비스 사업은 어디까지나 원고의 사업이고, 그 사업에 필요한 프리랜서 드라이버를 고용·관리하는 업무는 D의 예약중개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D가 원고와 체결한 예약중개계약에 근거해 F 앱을 운영하면서 F 드라이버를 지휘·감독했다 하더라도, 이는 D 자신의 사업을 위한 업무가 아니라 F 서비스 운영자인 원고를 대행하여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D는 F 앱을 통한 제반 업무를 수행하면서 원고로부터 F 서비스 이용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수수료만 지급받았던 반면, 원고는 부대비용 일체는 물론 F 드라이버에 대한 용역대금까지 부담했다. F 서비스를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의 위험 역시 모두 원고가 떠안았다. 참가인 등 프리랜서 드라이버가 원고 소유 차량의 세차, 요소수 보충, 엔진오일 교체 등에 관한 지시까지 받았다는 사실도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한다.
결국 원고는 F 서비스 사업의 주체로서 그 사업 운영에 필요한 참가인과 같은 프리랜서 드라이버를 E로부터 공급받은 뒤 D를 통해 참가인의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근로조건을 정함으로써, 참가인으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플랫폼을 개발·운영한 D가 고객 모집뿐 아니라 운전 종사자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여와 지시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D 역시 E와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재량권과 결정권을 보유했던 것이 아니라 사실상 원고의 지시를 그대로 집행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관계가 조목조목 설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