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 임금 직접 지급 원칙의 예외 인정 여부

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 변호사 조훈희(semhun@naver.com)가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형법·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알아두어야 할 법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임금 직접 지급 원칙의 예외 인정 여부가 문제 된 사건

임금은 노동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의 정의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라는 표현이 있듯이, 현실을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노동관계의 일차적 목표는 임금의 정상적 이행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만큼 근로기준법은 임금채권에 대하여 특별한 보호 규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바로 임금의 4대 원칙입니다.

  • 직접불 — 근로자 본인에게 직접 지급
  • 전액불 — 임금 전액을 지급
  • 정기불 —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에 지급
  • 통화불 — 통화로 지급

근로자가 임금 지급을 위임한 자에게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한 사안에서, 직접불 원리에 비추어 이를 적법한 임금 지급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상 판결이 이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였는지 살펴봅니다.

대상 판결: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5다209645 판결 [임금]

1. 사건의 개요

피고는 건설회사로 건설 현장의 일부를 하도급 받아 건설 공사를 하였고,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건설 현장 해체 작업의 일을 하였습니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작성된 각 근로계약서에는 '직종' 해체공, '팀장명' 소외 1이 기재되어 있고, 소외 1은 이 사건 공사의 해체작업에 필요한 인원을 현장에 소개하고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2. 원고들은 '임금수령 본인동의서(위임장)' 또는 '임금 대리수령 확인서' 등을 각각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였고, 해당 서류에는 본인 계좌 사용 불가를 이유로 소외 2에게 임금의 대리수령을 위임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3. 피고는 위와 같은 서류에 따라 소외 2에게 원고들의 임금을 일괄하여 지급하였습니다. 그러나 소외 2는 제1심에서 '원고들을 전혀 모르고, 소외 1과 피고 직원이 위임장과 신분증을 보내 주어 자신의 계좌로 임금이 지급되면 소외 1 등에게 보내 주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습니다.

즉 원고들은 임금 지급과 관련하여 소외 2에게 위임한다는 취지의 대리수령 확인서를 피고 회사에 제출하였고, 피고 회사는 이 확인서에 따라 소외 2에게 임금을 일괄 지급하였습니다. 그런데 소외 2는 원고들을 피고 회사에 소개해 준 십장 역할의 소외 1에게 이를 전달하였지만, 최종적으로 원고들에게는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배달 사고가 난 것으로 보입니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를 상대로 임금 체불이라며 임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 회사는 원고가 위임한 소외 2에게 지급하였으므로 임금을 모두 지급하였기에 청구가 기각되어야 한다고 항변하였습니다.

2. 임금채권과 직접불 원칙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 지급) 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②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여러 번 다루었듯이 우리 근로기준법은 임금채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근로자에게 전액을 직접 통화로, 그리고 매월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안은 근로자가 위임한 제3자에게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한 경우 직접불 원칙에 반하는지가 쟁점입니다.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선원법 제52조 제1항). 이렇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하는 취지는 임금이 확실하게 근로자 본인에게 지급되도록 하여 그의 자유로운 처분에 맡기고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데 있고, 통화 지급의 원칙이나 전액 지급의 원칙과 달리 직접 지급의 원칙은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의한 예외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제3자에게 임금 수령을 위임하거나 대리하게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법률 규정의 문언에 충실하면, 근로기준법의 강행성에 비추어 비록 근로자가 원하였거나 동의하였더라도 제3자의 대리 수령은 모두 금지되고 제3자에게 지급한 것은 무효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다만 법률에서 제3자 지급 허용을 규정한 경우가 있는데, 선원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 방법을 규정한 선원법입니다. 선원법에서는 선원 근로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근로자 가족에게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특별법 우선 원칙에 비추어 선원 근로자를 제외하고는 임금의 대리 수령이 불가능합니다.

선원법 제52조(임금의 지급) 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선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②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선박소유자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선원이 청구하거나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가 지정하는 가족이나 그 밖의 사람에게 통화로 지급하거나 금융회사 등에 예금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선원 근로자와 단체협약의 명시적 예외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로자가 원하더라도 어떠한 임금 수령 위임도 불가하다고 해석되는데, 그렇다면 근로자 명의의 은행 계좌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지급하는 것도 부적법하다는 극단적인 결론에 이르게 될 수 있습니다. 형식 논리상 은행도 제3의 법적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무상 임금 지급 시 거의 직접 손으로 건네주는 경우는 매우 드문 세상이 되었고, 거의 대부분 근로자 명의의 은행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를 두고 직접불 위반이라고 평가하는 견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결국 구체적 사안으로 들어가면 직접불의 기본 원칙을 어느 정도에서 유연하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번 대상 판결이 그러한 고민에 대한 또 하나의 판단입니다.

이러한 선원법의 규정 외에도 근로자 본인이 직접 수령할 수 없는 사정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자(使者)에 의한 임금의 수령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3조의 규정 형식이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사회통념상 근로자 본인에게 지급하는 것과 동일시되는 사람 또는 근로자 본인에게 그대로 전달할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이 임금을 수령할 때에만 그를 사자로 보아야 하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3. 항소심의 판단

이 사건 1심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는데,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즉, 항소심은 직접불 원칙에 비추어 이 사건 임금 지급이 적법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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