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의 규율 관계

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법원(法源)들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규범 체계를 법원(法源)이라 하고, 근로관계를 다루는 법원에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과 같은 노동관계법령 외에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이 있습니다.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법원이 수 개이다 보니 때로는 법원들 간에 상충되는 내용이 있을 수 있고, 이 경우 어떻게 규율 관계를 따질 것인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법리를 다룬 대상 판결을 통해 상위법 우선의 원칙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을 공부합니다.

대상판결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0다232136 판결 [임금]

1. 개요

A는 대학교 B에서 교수로 재직합니다. 교수로 재직하던 도중 대학교 B의 교수 급여 규정이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변경되었습니다. 이 규정 변경으로 급여가 줄어들자,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 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아니한 불이익한 변경은 무효이므로 그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고, 동의가 없는 불이익한 변경은 무효이기에 법원에서 그 청구는 인용되었습니다.

(사실 여기 사실관계까지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 시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나 과반수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법률관계상 쟁점이 달리 없습니다.)

A는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은 취업규칙 또한 근로계약에 미달하였기에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급여 삭감분의 차액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원심은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양자간 근로계약이 존재한다고 전제하고, 근로계약에 미달한 취업규칙은 효력이 없기에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취업규칙에 최저기준으로서의 강행적·보충적 효력을 부여하여 근로계약 중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부분을 무효로 하고, 이 부분을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게 함으로써, 개별적 노사 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근로자로 하여금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막아 종속적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러한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근로기준법 제97조를 반대해석하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고 할 경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집단적 동의를 받을 것을 요건으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근로조건은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

이러한 각 규정 내용과 그 취지를 고려하면,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정하는 집단적 동의는 취업규칙의 유효한 변경을 위한 요건에 불과하므로, 취업규칙이 집단적 동의를 받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하는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여전히 지켜져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등 참조).

… 원고가 기존의 호봉제가 시행되던 1994. 3. 1. 피고의 조교수로 신규 임용된 이래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계속되어 왔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금을 기존의 호봉제에 의하여 정하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이 성립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와 같은 내용을 명시적으로 기재한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광주지방법원 2020. 5. 8. 선고 2019나50112 판결, 항소심)

취업규칙이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를 거쳐 변경되었는데, 이와 별도로 양자간 호봉제에 대한 근로계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절차상 적법하게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기존에 존재하던 호봉제 근로계약이 근로자에게 더 유리하므로 근로계약이 적용되어야 하고, 그렇기에 호봉제로 적용할 경우의 부족분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원심 판단의 핵심 요지는, 절차상 적법하게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이 기존에 존재하였다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간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에 따라 취업규칙은 효력이 없고 근로계약이 유효하다는 취지입니다.

3. 상고심 판단 (대상 판결)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및 제97조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갑이 을 학교법인이 설치·운영하는 대학교의 조교수로 신규 임용된 후 계속 재임용되다가 교수로 승진임용되었는데, 을 법인이 교원의 급여체계에 관하여 기존의 호봉제를 연봉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급여지급규정을 제정하여 시행하다가 뒤늦게 전임교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사안에서, 갑과 을 법인은 급여규정 등이 규정한 바에 따라 급여를 지급받기로 하는 외에 별도로 임용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하여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으므로, 적어도 연봉제 임금체계에 대하여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후에는 갑에게 취업규칙상 변경된 연봉제 규정이 적용된다. (대상판결)

대상판결인 상고심에서는 A의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변경된 취업규칙의 연봉제가 적용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근로자에게 유리한 호봉제 근로계약의 적용이 배척되고 근로자에게 불리한 연봉제 취업규칙이 적용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연봉제 취업규칙이 적용된 취지는, 양자간 호봉제에 관한 근로계약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법원 간 충돌로 어느 법원을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전제는 어떤 근로조건의 내용이 서로 상충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상고심은 본 사안에서 호봉제에 관한 양자간 합의, 즉 근로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취업규칙이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변경된 것일 뿐 근로계약상으로는 호봉제에 대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간 충돌 문제 자체가 아예 발생하지 않고, 그렇기에 충돌되는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중 어느 법원을 적용해야 하고 이때 어느 것이 유리한지를 따져 적용한다는 논의 자체가 불필요합니다.

본 사안에서 원심과 상고심의 결론의 차이는 법리에 대한 이견이 아니라, 호봉제에 관한 양자간 합의 즉 근로계약이 존재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사실 인정에 차이가 있어 달리 그 결론이 판단되었습니다.

원심과 상고심의 비교

구분원심 (광주지방법원 2019나50112)상고심 (대법원 2020다232136, 대상판결)
법리유리조건 우선의 원칙 인정유리조건 우선의 원칙 인정 (법리 동일)
호봉제 근로계약의 존재존재한다고 인정 (명시적 근로계약서가 없어도 무방)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 (별도 임용계약서·임금 약정 없음)
적용 법원근로계약(호봉제) 우선취업규칙(연봉제) 적용
결론청구 인용 (부족분 급여 지급)청구 기각

4. 정리하며

본 대상판결은 사실관계에 대한 인정 차이에 따라 원심과 상고심의 판단이 엇갈렸으나,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간 법원 충돌 시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이라는 노동법의 대원칙을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노동관계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이라는 노동법의 법원 간 어떤 조건이 상충되어 어느 법원을 기준으로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근로자 보호라는 노동법의 대원칙에 맞게 근로자에게 유리한 법원이 적용됩니다.

다만,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단체협약만은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이 배제된다는 논의가 있고 이와 관련된 판례가 있긴 하나, 이를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았기에 여전히 논쟁의 점으로 남아 있다는 점도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본 글은 헬로인사가 발행한 Payroll 매거진 2023년 2월호 32쪽에 수록된 기사를 웹 문서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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