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취업규칙은 사업장 내 모든 근로자나 혹은 어떤 직종, 직급의 모든 근로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사내 규정입니다. 근로계약서가 개별 근로자가 사업주와의 의사 합치를 통해 체결된 약속임에 반하여, 취업규칙은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사내 규범입니다.
사업주가 단독으로 작성하여 사업주와 근로자 간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만큼, 그 작성 또는 변경 시에는 일정한 제약이 있습니다. 아래 대상판결을 통해 취업규칙 변경 법리에 대해 살펴봅니다.
대상판결 —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19928 판결 [임금]
1. 취업규칙 일반론
사업주와 근로자 간 법률관계를 의율하는 이른바 근로관계 법원(法源)에는 근로기준법과 같은 노동관계법령, 사업주와 노동조합 간 단체교섭을 통해 의사 합치로 체결하는 단체협약, 개별 근로자와 사업주 간 체결하는 근로계약, 그리고 이번 강좌에서 다루는 취업규칙이 있습니다.
| 근로관계 법원(法源) | 성립 방식 |
|---|---|
| 노동관계법령(근로기준법 등) | 법령 |
| 단체협약 | 사업주와 노동조합 간 단체교섭을 통한 의사 합치 |
| 근로계약 | 개별 근로자와 사업주 간 체결 |
| 취업규칙 |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작성 |
사업주와 개별 근로자 간 체결하는 근로계약은 물론이고, 사업주와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체결하는 단체협약은 모두 양자 간 의사 합치라는 합의의 산물임에 반하여, 취업규칙은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법원입니다.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원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굳이 복잡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불합리하겠지요. 이에 취업규칙 작성 또는 변경 시에는 일정한 제약을 두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 작성·변경 시에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있으면 당해 노동조합, 없으면 과반수 근로자와 협의하여야 하고, 불이익 변경 시에는 과반수 노동조합이나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제114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 제94조…를 위반한 자
일방적 생성과 양자 간 규율이라는 간극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의의 주체 — 누구의 과반수인가
취업규칙의 동의 대상인 과반수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다만 현재는 취업규칙을 적용받지 않더라도 승급 등에 의해서 그 취업규칙 적용이 예상된다면 그 근로자들도 대상이 됩니다.
가령 사무직 중 부장, 차장, 과장 직급의 간부관리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에는, 부장·차장·과장 외에 대리, 사원 직급의 근로자들도 승진에 따라 향후 간부관리직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므로 대리, 사원 근로자들도 동의 대상입니다.
여러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그 나머지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장차 직급의 승급 등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동의주체가 되고, 그렇지 않고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있어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근로자 집단 이외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 집단만이 동의주체가 된다.
—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두2238 판결
절차 흠결의 효과 — 협의와 동의의 차이
한편 과반수 노동조합이나 과반수 근로자의 협의나 동의 절차를 흠결한 경우, 벌금이라는 공법상 제재는 별론으로 하고 그 변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하여, 우리 대법원은 변경 시의 협의 절차 흠결은 효력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나 불이익 변경 시 동의 절차 흠결은 변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 구분 | 요구되는 절차 | 절차를 흠결한 경우의 효력 |
|---|---|---|
| 불이익하지 않은 변경 |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 근로자의 의견 청취(협의) | 변경의 효력 자체에는 영향 없음 |
| 불이익 변경 |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집단적 의사결정방법) | 변경은 효력이 없음(무효) |
취업규칙의 하나인 인사규정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 인사규정을 작성·변경할 수 있고, 원칙적으로 인사규정을 종전보다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자의 동의나 협의 또는 의견청취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인사규정을 변경하였다고 하여 그 인사규정의 효력이 부정될 수는 없다.
— 대법원 1999. 6. 22. 선고 98두6647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으나, 다만 근로기준법 제95조의 규정에 의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특히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제약을 받는바,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필요한 근로자의 동의는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임을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다.
—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판결 [퇴직금청구]
불이익이 아닌 변경과 불이익 변경,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협의절차와 동의 절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렵지 않게 납득할 수 있는 결론입니다.
결국 불이익변경임에도 동의를 누락하였다면 이 변경은 무효가 되므로, 취업규칙의 변경 시 동의의 대상이 되는 불이익변경인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논점이고, 바로 대상판결이 불이익변경인지 여부를 다룬 사안입니다.
2. 대상판결
1) 기초사실의 요지
피고는 대학교를 설치·운영하는 학교법인이고, 원고들은 대학교에 임용된 교수들입니다. 피고의 교직원보수규정 제4조는 '교원과 직원의 봉급월액은 공무원보수규정 제5조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보수규정(대통령령) 제5조에 따른 '별표12'는 국립대학 교원 등의 봉급월액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공무원보수규정의 개정으로 별표12에 따른 국립대학 교원 등의 봉급월액은 매년 인상되었습니다.
피고의 교직원보수규정 제4조에서 말하는 공무원보수규정은 그 보수를 책정할 당시 시행되는 당해 연도의 공무원보수규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원고들도 국립대 교수와 마찬가지로 매년 인상된 보수규정을 적용받아 왔습니다.
그러다가 피고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교원의 보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과거에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을 적용하여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 보수 지급 연도 | 적용하기로 한 공무원보수규정 |
|---|---|
| 2014년 | 2013년에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 |
| 2015년 ~ 2017년 | 2014년에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 |
| 2018년 ~ 2019년 | 2015년에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 |
이에 따라 원고들의 임금이 삭감된 것은 아니나, 과거에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을 적용함에 따라 원고들의 임금 인상은 없거나 그 인상액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원고들은 취업규칙 변경으로 향후 임금의 인상 가능성이 사라졌으므로 불이익 변경인데 동의절차를 누락하였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였고, 피고는 현재의 임금이 삭감된 것이 아니므로 불이익변경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2) 쟁점 법리와 판단
바로 여기서 쟁점은, 취업규칙이 변경됨으로써 기존 취업규칙에서 예정된 향후의 임금 인상 가능성이 없어진 점에 대하여 이러한 변경이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과반수 노동조합이나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를 얻는 취지는 근로자의 기득 이익 내지 권리를 보호하고자 함이고, 이 사안에서는 향후 임금 인상 가능성도 기득 이익 내지 권리로 볼 수 있는지가 판단 대상입니다.
항소심은 기득 이익을 부정하였지만, 대법원은 이와 달리 기득 이익으로 인정하여 불이익변경의 동의 절차를 밟지 않은 이 사건 규정의 취업규칙 변경을 무효로 판시하였습니다. 정리하면, 종전 취업규칙에 따른 임금 인상 가능성도 불이익변경의 전제인 기득의 이익이나 권리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상판결의 핵심입니다.
이 사건 각 이사회의결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당해 연도에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이 아닌 그 전에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고, 이로써 원고들의 보수는 국립대학교 교원의 봉급월액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상되지 않았다. 이 사건 각 이사회의결로 인해 형식적으로 교원의 보수가 삭감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해 연도의 공무원보수규정을 적용함에 따른 임금 인상에 대한 기득의 권리나 이익은 종전 취업규칙의 보호영역에 의해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실제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공무원보수규정의 개정으로 별표12에 따른 국립대학 교원 등의 봉급월액은 매년 인상되었고, 원고들은 해당 기간 동안 국립대학 교원 등의 봉급월액 인상분에 상당하는 보수가 삭감되는 불이익을 받았다.
-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각 이사회의결로 피고 대학 교직원보수규정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정리하며
취업규칙 변경으로 현재의 임금이 삭감되었다면 불이익 변경 여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겠지요.
그런데 대상판결 사안은 특수하게도 향후 임금의 기초에 적용할 공무원보수규정의 대상이 변경되어 향후에 적용될 임금액이 감소된 것인데, 이를 불이익변경에서 보호할 기득의 이익이나 권리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고, 이를 부정하였던 항소심과 달리 대법원은 기득의 이익이나 권리로 보아 불이익변경에 해당된다고 판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