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통상임금의 요건과 고정성 Ⅱ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 등 이른바 소정외근로에 대한 수당 산정의 도구가 되는 통상임금은 그 쓰임새가 매우 넓은 만큼이나 그 여부에 대하여 복잡한 논쟁을 이어왔습니다. 효과 면에서나 요건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통상임금에 대한 대대적인 정립이 있었고, 당해 판례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정기 상여금의 재직자 요건 등의 사안에서 고정성 쟁점은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통상임금의 대부분을 정립한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지니고 있던 논란을 극복하고자 2013년 판례의 견해를 변경한 판결이 바로 이번에 다룰 대상판결입니다. 11년 만에 핵폭탄급으로 중요한 노동계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11년 만에 다시 등장한 이 핵폭탄급 판결을 함께 공부해보려 합니다.
대상판결 : 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임금]
대상판결의 내용
1) 대상판결의 요지
과거 대법원은 2013. 12. 18. 선고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그간의 통상임금에 관한 법원의 해석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제시하여, 그간 학계와 기존 판결에서 제시한 통상임금의 요건인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법리를 정립하였습니다.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해서 정기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임금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한 성질을 갖춘 임금이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경우, 이는 노사 간의 합의 등에 따라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의 대가가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분할지급되고 있는 것일 뿐, 그러한 사정 때문에 갑자기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성질을 상실하거나 정기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성질도 갖추어야 합니다.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에는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도 포함됩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고정적으로 지급되어야 합니다.
'고정성'이라 함은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되어 있는 성질'을 말하고, '고정적인 임금'은 '임금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고정성을 갖춘 임금은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된 임금이므로,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것이다. —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퇴직금]
그러나 이러한 정립에도 불구하고 고정성 요건의 개념과 징표에 관하여 상당한 논란이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고정성 요건과 관련하여 특정시점 재직 등 추가적인 조건이 부과된 임금의 통상임금 판단에 있어 사업주의 변칙적 설정에 의한 통상임금 제외라는 비판이 거듭 제기되었습니다.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과 개념적 징표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는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된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고정성에 관하여도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되어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임금은 고정성을 갖춘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준을 정립하고, 세부적인 판단 기준도 임금 유형별로 제시하였습니다.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이하 '재직조건부 임금'이라 한다)과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하여야만 지급하는 임금(이하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이라 한다)은 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므로 고정성이 부정된다는 기준 등이 그것입니다.
이에 대상판결은 통상임금의 요건에 대한 논란을 야기하고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키는 고정성 개념을 제외하고, 통상임금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고정성과 통상임금 판단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었습니다. 학계와 실무에서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의한 고정성 개념을 비판하거나 이를 우회하여 통상임금성을 다른 각도에서 판단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축적된 논의를 바탕으로, 통상임금에 관한 근본적 고찰을 통하여 이 사건 쟁점인 '재직조건부 임금'의 통상임금성 문제를 넘어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등 고정성이 문제되는 다른 임금 유형까지 정합성 있게 규율할 수 있는 통상임금 개념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대상판결의 핵심 요지는 통상임금에서 고정성 요건을 제외하였다는 점과, 대상판결 법리 변경의 적용에 대하여 소급효를 제한하였다는 점입니다.
대상판결의 핵심 요지
| 구분 | 내용 |
|---|---|
| 법리변경 | '13년 대법원 판결상 통상임금의 '고정성' 개념 제외 → '재직·근무일수 조건 부과' 정기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인정 |
| 효력범위 | 통상임금 개념 재정립(판례 변경)에 따른 파급효과, 법적 안정성과 신뢰 보호를 위해 동 판결('24. 12. 19.) 이후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장래효) |
2) 고정성 요건 폐기
종전 판례가 제시한 고정성은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통상임금 개념과 판단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여야 합니다.
근로의 대가인 임금 중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제시되었던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가운데 고정성 요건을 제외한 것입니다.
대상판결은 고정성을 요건으로 볼 수 없는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4가지를 제시하였습니다.
a) 고정성 개념은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점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될 것을 의미하는 고정성 개념은 법령의 어디에도 근거가 없습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서 '지급하기로 정한'이라는 문언은 지급이 미리 정해진 상태, 즉 '소정성(所定性)'을 의미합니다. 그러한 소정성은 모든 임금에 공통된 징표이지 통상임금에 특유한 개념적 징표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를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말하는 '고정성'으로 변형하여 해석하고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삼는 것은 문언상 근거가 부족하며, 그러한 해석이 입법자의 의사나 근로기준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도 아닙니다.
즉, 지급 여부나 지급금액의 예외 없는 확정이라는 고정성의 개념은 통상임금을 정한 법령상의 규정에 근거가 없다고 밝힌 것입니다.
b) 통상임금 개념의 강행성에 반한다는 점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의 강행적 성격과 맞지 않습니다. 통상임금은 법정수당 산정의 도구로서 연장근로 등에 대하여 법이 정한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한 강행법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통상임금은 당사자가 그 의미나 범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강행적 개념입니다.
사용자와 근로자는 임금 구조와 체계, 개별 임금 항목의 유형과 내용, 임금 총액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임금에 관한 조건도 자유롭게 부가할 수 있습니다. 그 조건은 강행규정에 위반되거나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등 별도의 무효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효력을 가집니다. 그러나 조건의 효력 문제와 그 조건이 부가된 임금 항목의 통상임금성 문제는 구별하여야 합니다. 전자는 '자율'의 영역에 속하고, 후자는 '후견'의 영역에 속합니다.
가령 어떤 임금 항목에 재직조건이 부가되어 있어 그에 따를 때 기준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근로자에게는 해당 임금이 지급되지 않더라도, 그 임금 항목이 다른 법정수당의 산정 기초를 이루는 통상임금인지는 이와 별도로 판단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