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풀어내는 지면입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우리 노동법에는 시용(試用)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시험적인 고용을 의미합니다. 정식적인 고용관계로 들어가기 이전에 적격성을 판단하기 위한 임시적인 고용상태이지요. 실무에서는 시용과 비슷한 개념으로 수습, 인턴, 견습 등이 있고, 시용과 유사하지만 그 본질이 다른 임시적인 고용 형태의 실체들도 다양합니다.
본 대상 판결은 수습기간을 두고 향후 정식 채용된 사안에서, 해당 수습기간이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 근로기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시용의 법적 의미와 계속 근로기간의 산입 여부 법리를 확인할 수 있는 판결입니다.
대상판결 —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21다218083 판결
1. 개요
시용이란 본 근로계약 체결 이전에 해당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고 평가하기 위해 일정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동법에서는 강학상 시용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시용보다는 견습, 수습, 인턴이라는 말을 쓰는데 각 회사마다 그 표현과 내용이 달라 이들 용어 자체의 의미와 그 요건이 확정적이지는 않습니다.
가령, 어떤 회사는 취업규칙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근로자들에게 3개월간 수습사원이라는 표현을 규정하고 있는데, 거기서의 수습사원은 본채용을 위한 적격성 심사 절차가 있지는 아니하고 단순히 수습사원은 "기본급의 80%를 지급하고,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어 단순히 급여의 삭감 적용만을 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실무에서 시용이라고 표현하든 혹은 견습, 수습, 인턴이라고 표현하든 그 말 자체로 판단할 수는 없고, 그 구체적이고 개별적 내용이 어떠한가를 살펴 노동법상의 시용인지 판단하고 그 여부에 따라 시용에 따른 법리를 적용하여야 합니다.
2. 노동법상 시용의 의미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시용의 정의는 "본 근로계약 체결 이전에 해당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고 평가하기 위해 일정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본질적 요소는 두 가지입니다.
- 본채용을 위한 업무 적격성 판단
- 일정기간의 시험적인 고용
즉, 외형상 고용 단계에 진입은 하였으되 본채용을 위한 적격성 판단 절차가 존재한다는 두 가지 요소가 시용이라는 개념에 편입되기 위한 본질적 요건입니다.
또한 여기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시용과 그 이후 본채용이 하나의 근로관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채용의 적격을 판단하는 데이터가 시용의 업무 수행인 만큼, 비록 두 기간의 구체적 고용조건이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업무 관계상 본질적인 면에서 동일성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본채용을 전제하지 않고 단순히 수개월 기간을 정해 수습이라는 임시 훈련과 견습 기간을 정한 경우라든가, 적격성 절차 없이 단순히 신입사원에게 상여금을 적용하지 않는 수습기간을 둔 경우에는 노동법상 시용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한편, 채용내정도 불완전한 근로관계라는 측면에서는 시용과 유사하나, 졸업이나 학위 취득을 조건으로 채용을 합의한 것으로 근로계약이 성립되었으나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 경우 해지할 수 있는 이른바 해지권유보부 계약의 성격을 갖습니다. 채용내정은 해지권을 전제로 계약이 성립된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임시적이기는 하나, 일단 고용 단계에 들어서는 시용과 본질적으로 구분됩니다.
| 구분 | 성격 | 고용 단계 진입 여부 |
|---|---|---|
| 시용 | 본채용을 위한 업무 적격성 판단 + 일정기간 시험적 고용 | 진입함 |
| 채용내정 | 조건 불충족 시 해지 가능한 해지권유보부 계약 | 계약 성립 단계에 불과 |
3. 시용이 근로기간에 포함되는지 여부
시험을 위한 임시적 고용기간인 시용기간이 근로기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는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 근로기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뿐 아니라, 산업재해 등 근로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부 등 상당한 논점과 효과들에 결부될 수밖에 없는 쟁점입니다.
이에 대하여는 그것이 임시적이든 시험적이든 고용의 실체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기에 그 기간이 근로기간에 해당한다는 결론에 대하여는 노동법상 달리 이견이 없어 보이고, 기존 대법원 판결들의 견해 또한 맥을 같이합니다.
원고들이 피고공사의 단순한 잡급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정식사원으로 승진하였으나 임용절차에 있어서는 일단 잡급직을 사임하고 신규사원으로 발령받아 공백 기간 없이 계속 근무한 경우에는 그 전후기간은 근로기준법상 이른바 계속근무에 해당하므로 퇴직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 대법원 1980. 5. 27. 선고 80다617 판결
대상 판결 또한 시용 기간이 근로기간에 포함된다는 법리를 동일하게 확인하였습니다.
4. 대상판결
1) 기초 사실
근로자 A는 B의료원 원무과에서 근로자로 근무하고 퇴사하였습니다. A가 B의 수습사원 채용시험에 합격하여 1999. 12. 1.부터 1개월간 피고의 원무과에서 수습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사무보조 등 업무를 수행하였고, 1999. 12. 30. 피고로부터 급여 명목으로 338,000원을 지급받았으며, 이후 피고의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2000. 1. 1. 자로 피고의 임시직 근로자로 채용되었습니다.
| 시점 | 사실관계 |
|---|---|
| 1999. 12. 1. ~ 1개월 | 수습사원 채용시험 합격 후 원무과에서 수습사원으로 근무(사무보조 등) |
| 1999. 12. 30. | 급여 명목으로 338,000원 지급받음 |
| 2000. 1. 1. |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임시직 근로자로 채용 |
B의료원은 2000년 1월 1일 이전 입사자는 퇴직금 누진제를, 이후 입사자는 퇴직금 단수제를 적용하는 내규가 있었는데, B는 A가 2000년 1월 입사한 것으로 보고 퇴직금 단수제를 적용했습니다. 반면, 원고는 수습사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시점을 입사일로 봐야 한다면서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한 금액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본 사안의 쟁점은 1개월의 수습기간이 시용의 개념에 포섭되어 계속 근로기간에 산입되는지 여부입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근로자 A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원고 청구 기각 취지가 시용 기간이 근로기간에 포함된다는 법리를 다르게 본 것이 아니라, 이 사건에서 A와 B 간 수습계약과 그 실체가 시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① 원고는 피고의 수습사원 채용시험에 합격하여 1999. 12. 1.부터 1개월간 수습사원으로 근무하였고, 1999. 12. 30. 피고로부터 급여명목으로 338,000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위 수습사원 채용시험 합격 및 1개월간의 근무는 '채용의 확정'이라기보다는 임시직 근로자 채용절차의 과정으로서 일종의 '실무전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이에 대하여 원고는 '원고를 비롯한 20명은 서류전형 및 면접시험을 거쳐 채용되었고, 별도의 실무전형이 시행된 사실이 없으며, 실무전형을 통한 채용은 피고의 인사규정상 가능하지도 않다'는 취지로 다툰다. 그러나 피고의 내부결재문서에 원고 등에 대한 채용은 '수습사원 채용'으로 명시되어 있는 점, 피고의 인사규정에는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하는 외에 구체적 전형에 관한 별도의 제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고, 달리 실무전형을 통한 채용이 금지된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려운 점, 실제로 원고와 함께 채용시험에 통과하여 실무수습 대상이 된 20명 중 소외 1, 소외 2는 수습과정에서 탈락하여 임시직으로 채용되지 못하였던 점(소외 1은 이후 결원이 발생함에 따라 추가로 채용되었다)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상의 사정에 더하여, 원고가 1999. 12. 30. 지급받은 338,000원은 피고의 보수규정과는 다른 방식으로 산정된 것이고 그 지급일도 피고의 급여 지급일(매월 20일)과 다른 점, 수습사원의 수습기간은 3개월인데 그 중 실제 근무기간은 1개월에 불과하여 일반적인 근로자의 근무형태와 차이가 있는 점(채용시험에 통과한 20명을 3조로 나누어 각 조별로 1개월씩 수습을 받는 형태이다), 달리 원고가 실무수습 기간 동안 임시직 근로자와 동일한 조건 하에 근무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원고가 임시직 근로자 채용을 전후하여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는지에 관하여, 제1심 증인 소외 3, 소외 4의 각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등의 사정까지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수습기간의 근무와 이후 임시직 근로자로서의 근무 사이에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 원심 제주지방법원 2021. 2. 2. 선고 2020나12622 판결
그 판단의 당부를 떠나, 원심은 수습기간 개시에 수습 이후의 채용의 확정 계약이 없었고, 그 수습기간 이후의 임시직은 본채용 적격 절차에 대한 판단 결과가 아니라 별도의 채용 절차였다는 취지로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계속적 근로계약에 포섭되는 시용기간이 아니고, 각각 별개의 채용 절차에 따른 고용 개시로서 각각의 개별적 근로관계로 보아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 근로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대상판결의 판단
갑이 을 의료원의 수습사원 채용시험에 합격하여 1개월간 원무과에서 수습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사무보조 등 업무를 수행한 후 을 의료원으로부터 급여 명목으로 돈을 지급받았고, 수습기간 만료 이후 을 의료원의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임시직 근로자로 채용된 사안에서, 갑이 을 의료원의 수습사원으로 근무한 기간은 단순히 실무전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시용기간에 해당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갑이 수습기간 만료 후에도 계속 을 의료원의 근로자로서 근무한 이상 갑의 수습사원 근무기간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 대상 판결
상고심인 대상판결은 이 사건 수습기간이 이후의 임시직 근로관계와 단절된 별도의 채용과 별도의 근로관계가 아니라, 수습기간 이후의 채용 여부 적격을 판단하기 위한 시용으로 보아 퇴직금 계속 근로기간에 산입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5. 정리하며
본 사안은 시용의 개념 포섭에 대하여 원심과 상고심이 다르게 판단하였습니다. 문제된 사실관계의 시기가 1999년과 2000년이다 보니, 구체적 사실에 대한 서증 등의 물적 증거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습기간 개시 당시 "본 수습기간 종료 시점에 본채용 적격 여부를 심사하여 본채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양자 간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고, 수습기간과 본채용 이후의 업무 내용 등이 실체의 본질에서 다르지 않다면, 계속근로로서 시용에 포섭됨이 타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