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 정년을 도과한 기간제근로자의 갱신기대권

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기간 만료 시 당연 종료, 그리고 갱신기대권

계약에서 정한 기간이 만료한 경우 그 계약은 만료 시에 당연 종료됨이 계약법의 기본원칙입니다. 가령, 땅을 타인에게 6개월간 빌려주기로 약속하였다면 6개월의 임대기간이 만료한 시점에 임대차계약은 자동으로 종료되기에, 양자 간 별도의 신규체결 혹은 갱신·연장 등의 합의로 새로운 권리관계의 창출이 없는 한 양자 간 계약관계는 소멸합니다.

노동법 관계의 근로계약 또한 계약법의 이 대원칙이 적용됩니다. 양자 간 합의한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사업주와 근로자 간 권리관계도 자동 소멸합니다.

갱신기대권은 기간 만료 시 당연 종료라는 기본 원칙에 대하여, 특수한 사정 하에 사업주에게는 갱신 의무를, 근로자에게는 갱신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노동법령 명문 규정이 아닌 판례에 의하여 정립된 법리입니다.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초과하여 사용할 경우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는 기간제 근로자 보호법에 따라 갱신기대권이 적용될 사안의 영역이 일부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럼에도 2년 사용 이내 사안의 특별한 사정에 의하여, 그리고 무기 전환 적용의 예외적 사안에서 여전히 갱신기대권 법리는 작동되고 있습니다.

금번 강의는 기간제법 2년 사용 초과 무기 전환 적용 예외에 해당하는 정년 이후 연령의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 갱신기대권을 다룬 판례를 살펴봅니다.

대상판결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두50563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1. 기초 사실

사업주 A회사는 1989. 9. 1. 설립되어 상시근로자 49명을 사용하여 골프장업을 운영하는 법인이고, 근로자 B는 2011. 10. 1. A회사에 1년 기간제 계약을 체결하고 입사하여 골프장 코스 관리팀 직원으로 근무하였습니다.

A회사는 2015. 1. 5. 원고들에게 원고들과의 근로계약기간이 같은 해 2. 28. 만료된다고 통보하고, 계약 만료에 따라 2015. 2. 28. 계약을 종료하였습니다.

근로자 B는 이 사건 근로계약종료가 부당해고 및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15. 3. 11. A회사를 상대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5. 5. 11. '원고들과 참가인의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에 해당하고, 기간 만료로 인하여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종료는 해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참가인의 재계약 체결 거부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근로자 B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근로자 B는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15. 6. 16.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 9. 24. '원고들은 정년을 도과한 2014. 3. 1. 참가인과 사이에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됨으로써 원고들과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종료는 해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참가인의 재계약 체결 거부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근로자 B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시점경과
2011. 10. 1.근로자 B, A회사와 1년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입사 (골프장 코스 관리팀)
2015. 1. 5.A회사, 근로계약기간이 같은 해 2. 28. 만료된다고 통보
2015. 2. 28.계약 만료에 따라 근로계약 종료
2015. 3. 11.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
2015. 5. 11.경북지방노동위원회, 구제신청 기각(기간 만료로 종료 — 해고 아님)
2015. 6. 16.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
2015. 9. 24.중앙노동위원회, 재심신청 기각
이후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재심판정 취소 행정소송 제기

2. 1심 판단

서울행정법원 2016. 3. 18. 선고 2015구합78472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근로자 B는 기간제 근로자로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기에, 기간제법의 원칙이 적용된다면 판례에 의하여 형성된 갱신기대권을 살펴볼 필요 없이 이 법에 따라 무기 전환이 될 수 있는 사안이기에, 우선적으로 기간제법이 적용되는지 혹은 예외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1차 쟁점이 되었습니다.

기간제법의 경우 2년 사용 초과 시 무기 전환됨이 원칙이고 만 55세 근로자의 경우 이 원칙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데, 본 사안 근로자들의 경우 입사 시부터 이 사건 계약 종료 사이에 만 55세에 걸쳐 있어 예외 사유에 해당되기 위한 세밀한 적용 시점이 문제됩니다.

1심은 기간제 계약 체결 시나 혹은 갱신 체결 시점에 당해 근로자가 만 55세에 도달한 경우 예외 사유에 해당된다고 법리적으로 전제하고, 본 사안의 근로자들이 모두 이에 해당하여 기간제법에 따른 무기 전환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판시하고 갱신기대권 법리의 적용 여부를 설시하였습니다.

2) 원고들이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었는지 여부

민법 제662조 제1항 본문은 고용기간이 만료한 후 노무자가 계속하여 그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에 사용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고용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4호는 「고용자고용촉진법」 제2조 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 제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은 만 55세 이상인 사람을 고령자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계약을 최초로 체결할 당시 근로자가 만 55세 이상인 경우 또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갱신할 당시 근로자가 만 55세 이상이고 기존근로기간이 2년 이하인 경우에 비로소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4호 단서에 해당되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른 무기근로자로의 전환이 배제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4호의 문언에 부합할 뿐 아니라 기간제근로자의 보호라는 기간제법의 입법목적에도 합치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참가인이 2011. 10. 1. 원고들과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2014. 2. 28.까지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채 원고들을 계속하여 사용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 그 근로계약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종전과 동일한 기간으로 연장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대법원 1986. 2. 25. 선고 85다카2096 판결 참조), 참가인과 원고들 사이의 근로계약은 근로계약기간 만료일 다음날인 2012. 10. 1.과 2013. 10. 1.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 할 것인데, 원고 D의 경우 기간제 근로계약을 최초로 체결한 2011. 10. 1. 만 55세 이상이었고, 원고 A, E의 경우 위 첫 번째 갱신일인 2012. 10. 1. 만 55세 이상이고 기존근로기간은 1년이었으며, 원고 B, C의 경우 위 두 번째 갱신일인 2013. 10. 1. 만 55세 이상이고 기존근로기간은 2년이었으므로, 원고들은 모두 기간제 근로계약을 최초 체결 또는 갱신 당시 만 55세 이상이고 기존근로기간이 2년 이하인 경우에 해당하여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4호 단서에 따라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참가인이 원고들을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원고들이 무기근로자로 전환되었다 볼 수 없고, 원고들은 2014. 3. 1. 참가인과 사이에 제2차 계약서 제2조에 정한 바와 같이 근로계약기간을 2014. 3. 1.부터 2015. 2. 28.까지 1년으로 정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할 것이다.

판결이 든 원고별 기준 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고기준 시점시점의 성격만 55세 이상 여부기존근로기간
D2011. 10. 1.기간제 근로계약 최초 체결이상
A, E2012. 10. 1.첫 번째(묵시적) 갱신이상1년
B, C2013. 10. 1.두 번째(묵시적) 갱신이상2년

위의 설시와 같이 만 55세 고령자임을 전제로 기간제법 적용 예외 사유에 해당되기에, 갱신기대권 적용 여부가 그다음 판단 쟁점입니다.

3) 이 사건 근로계약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에게는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갱신거절의 정당한 이유를 찾아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법원이 정당한 기대권의 근거로 든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가) 계약서 자체가 계속 갱신을 전제하고 있었다. 제1차 계약서 및 제2차 계약서 제2조는 계약기간의 종료 1개월 전까지 재계약을 하고, 차기 연봉계약은 업무능력·근무성적·근무태도 등 인사평가를 토대로 연봉을 정하되 참가인의 사정에 따라 계약기간을 조정한 재계약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2조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원고들과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이 계속하여 갱신될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 나) 객관적 평가 없이 3회에 걸쳐 갱신이 반복되었다. 참가인은 원고들과 최초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2011. 10. 1.부터 제2차 계약서에서 정한 근로기간 만료일인 2015. 2. 28.까지 3년 5개월간 원고들의 근무태도나 회사에 대한 기여 정도 등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거치지 않고 2012. 10. 1.과 2013. 10. 1. 원고들과의 근로계약을 묵시적으로 갱신하였고, 2014. 3. 1.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합계 3회에 걸쳐 원고들과의 근로계약을 갱신하였다.
  • 다) 담당 업무의 지속성이 인정된다. 원고들은 2005년경부터 2011. 9. 30.까지는 위탁업체 소속 직원으로서, 2011. 10. 1.부터는 참가인 소속 직원으로서 약 10년간 참가인이 운영하는 서라벌골프클럽의 골프장 코스관리 업무를 담당하여 왔는바, 위 업무는 참가인의 골프장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로서 그 지속성이 인정되고, 참가인은 2014. 6. 1. 엔에이골프 주식회사와 골프장 코스관리업무에 대한 위탁관리 계약을 체결하여 엔에이골프 주식회사로 하여금 코스관리업무를 수행하게 한 후에도 2014. 8. 22.경까지 원고들과 엔에이골프 주식회사 직원에게 각각 작업지시를 하였으므로, 참가인이 골프장 코스관리업무를 엔에이골프 주식회사에 위탁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위 업무를 수행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볼 수 없다.
  • 라) 갱신을 거절할 만한 근로자 측 사정이 없다. 이 사건 근로계약종료일 무렵 원고들의 건강이 근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악화되었다거나 업무를 계속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직무수행능력이 떨어졌다는 등의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 마) 동일한 통보를 받은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취급되었다. 참가인은 2015. 1.경 원고들을 포함한 17명의 근로자들에게 정년 해당 또는 계약기간 만료 사실을 통보하였는데, 위 17명 중 아웃소싱 업체에 취직한 8명, 자진퇴사한 1명과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근로자들과는 근로계약을 갱신하였으나, 원고들과의 근로계약은 갱신하지 아니하였다.
  • 바) 무기전환 배제가 갱신기대권 배제까지 뜻하지는 않는다. 고령자의 경우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아 무기근로자로 전환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갱신기대권의 인정까지 배제되는 것이라 볼 수는 없다.

4)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위에서 살펴본 사실들을 들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이 호 전체를 E-Book·블로그로 보기 →

같은 호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