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면서 과도기적 관계의 내용으로 시용 또는 수습 제도를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입 근로자에 대한 적격 판단이나 본격적인 업무 부여 이전에 예비적 기간을 두는 취지입니다. 다만, 그 기간 동안 적격성 판단을 하여 고용관계를 취소 내지 본채용 거절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설정된 이들 제도의 명칭에 의할 것이 아니라, 이 제도를 근거한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에서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그 내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시용, 수습 제도의 법적 의미와 이에 대한 법리를 다루었던 판례의 내용을 살펴봅니다.
1. 개요
시용이란 신규 채용된 근로자가 일정 기간을 설정하여 그 기간 동안 근무한 상황을 바탕으로 적격 여부를 판단하여 본 채용 내지는 본 채용 거절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시용이라는 말은 법률에 직접 기재된 법률 용어가 아니라 법학자들과 판례에 의해 형성된 개념입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수습이 있습니다. 수습은 신규 입사한 근로자가 본격적 업무를 수행하기 이전 예비적 기간으로 이해하고, 그 기간 동안은 본래 기본급보다 적은 금액(가령, 기본급의 80%)을 지급하는 등 수습이라는 취지에 맞게 낮은 조건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수습 외에 신규 근로자나 본격 채용 이전의 과도기 단계로 인턴, 견습이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시용이든 수습이든 법령에서 정해진 용어가 아니기에 법률상 확정된 개념이라 할 수 없고, 결국 어떤 말을 쓰는지 여부로 법적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으며, 그 제도를 담고 있는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 같은 내부 규범에서 어떻게 규정화되어 있는지 그 내용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다만, 강학상 시용을 ① 시용기간의 설정, ② 시용기간 동안 적격성 여부 판단, ③ 부적격 시 본채용 거절이라는 개념으로 일반화하고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본 강의의 편의상 이 개념 지표에 따라 시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2. 시용의 요건
1) 시용 제도의 설정 규정화
시용기간 후 적격성 여부를 판단하여 본채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시용 제도는, 신규 채용된 근로자라면 당연히 적용되고 작동되는 제도가 아닙니다. 이 시용제도가 적용되고 작동되기 위해서는 시용제도의 명백한 설정이 있어야 하고, 이 설정은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에 명확히 규정되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취업규칙에 규정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고, 개별 근로자에 대한 근로계약에서 규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단순히 "근로개시부터 3개월까지 시용 기간이다."라는 기재 정도에 그치면 그 법률 효과에 대하여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시용기간, 시용기간 후 평가, 평가에 따라 본 채용 거절 여부 판단이라는 필수 지표가 반드시 명시되어야 합니다.
또한 취업규칙에 "시용기간을 적용한다."가 아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경우, 이는 예정·유보한 것에 불과하므로 개별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에 제도의 적용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사전에 규정 설정 및 정비를 고려한다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에 모순되지 않고 정합적으로 모두 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취업규칙에 신규 채용하는 근로자에 대한 시용기간의 적용을 선택적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근로자에 대하여 시용기간을 적용할 것인가의 여부를 근로계약에 명시하여야 하고, 만약 근로계약에 시용기간이 적용된다고 명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시용 근로자가 아닌 정식 사원으로 채용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다30473 판결 [해고무효확인등]
나아가, 시용기간에 대한 평가에 대한 구체적 기준도 설정되어야 하는데, 실무상 평가의 객관성과 타당성이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입니다.
2) 시용기간
시용기간을 어느 정도의 길이로 설정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시용이라는 제도가 법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만큼 기간에 대한 특별한 제한도 없습니다. 다만, 조리상 기본 근로계약 기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계약기간이 1년인데 시용기간이 10개월이라면 누가 보아도 일반 상식 관념에 맞지 않겠습니다.
우리 실무는 대체로 3개월이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개별적 사례에 따라 6월의 설정이 정당한 것으로 보는 판례도 존재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 통념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당사자 간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합의 영역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적격성 평가는 시용기간의 만료 시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관련 근거 규정에서 명시하고 있다면 시용 기간 도중에도 적격성 평가 및 본 채용 거절 여부가 가능하겠으나, 다음 항에서 볼 정당성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고 평가 대상 기간이 짧다면 그만큼 정당성을 가질 사유의 존재는 좀 더 엄격하게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3) 본 채용 거절의 정당성
시용기간이 적법하고 유효하게 설정되었다면, 법리상 가장 치열한 논점은 사업주가 본 채용을 거절할 때 그 정당화 사유가 어느 정도인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시용 제도의 존재 이유는, 일반 근로자의 해고의 정당성 사유와는 다른 정도의 본채용 거절이 가능하다는 점일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 근로자의 해고보다 그 범위가 넓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으나, 그렇다고 무한정 넓어 사업주의 전적인 재량의 영역도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결국 일반 근로자의 해고보다 넓지만 무한정 자유 재량이 아닌 그 범위가 무엇이고, 개별 사안에서 그 범위 안에 포섭될 수 있는지가 논쟁의 핵심입니다.
[1] 시용(試用)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 시 본계약(本契約)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2] 사용자인 은행이 시용기간 중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무성적평정을 실시함에 있어서 각 지점별로 씨(C) 또는 디(D)의 평정등급 해당자 수를 할당한 점, 근무성적평정표가 작성·제출된 이후 위 은행으로부터 재작성 요구를 받은 일부 지점장들이 평정자 및 확인자를 달리하도록 정한 위 은행의 근무성적평가요령에 어긋나게 혼자서 근무성적평정표를 재작성하기도 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은행이 시용근로계약을 해지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해고무효확인]
시용기간 중에 있는 운전사가 시내버스를 운전 중 앞차를 충돌하여 승객들이 부상하고 앞차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운전면허정지처분까지 받았다면, 시용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운전사를 해고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
— 대법원 1987. 9. 8. 선고 87다카555 판결 [임금등]
본 채용 거절 시 해고에 이를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정당성을 요구하므로, 무단결근·업무 능력 부족·근무 태만 등등의 사유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무단결근처럼 객관적 사유가 존재하면 좋겠으나, 통상 업무 적격 부족과 같이 객관화하기 어려운 사유가 그 본 채용 거절의 이유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에 사전에 미리 시용 기간 근로자 평가에 대한 기준과 제도가 설정되어 있어야 하고, 취업규칙이나 하부 규칙에 규정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 기준 또한 어느 정도 객관성과 타당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객관식 시험이 아닌 이상 모든 평가는 객관적 계량화가 어려운 면이 있지요. 실무상 항상 늘 고민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근무 평가의 객관성과 타당성이 없다고 하여 정당성을 부정한 주요 판례를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 구분 | 사안의 내용 | 결론 | 출처 |
|---|---|---|---|
| 1 | 10개의 평가항목 중 9개의 항목에서 양호를 받고 1개의 항목에서만 보통을 받았음에도 채용기준 점수에 미달하고, 근무평가 결과만으로는 업무수행능력이 어떻게 부족한지 알 수 없는 경우 | 본채용 거부의 정당성 부정 | 서울고등법원 2008. 5. 9. 선고 2007누30057 |
| 2 | 근무성적에 대한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가 매우 커서 평가의 객관성에 의심이 들고, 인사규정에 채용기준점수가 존재하지 않으며,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채용기준점수를 알린 사실도 없는 경우 | 본채용 거부의 정당성 부정 | 서울행정법원 2008. 5. 23. 선고 2007구합34125 |
| 3 | 수습근로자의 근무성적평정에 있어 미리 하위등급 해당자 수를 지점별로 할당하고, 근무성적평정표가 작성된 후 평정요령에 위반하여 재작성을 하였으며, 근무평정만으로는 업무수행능력이 어떻게 부족한지 알 수 없는 경우 | 본채용 거부의 정당성 부정 |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
4) 본 채용 거절의 절차적 정당성
본 채용 거절 시 해고의 절차가 준수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법령상 해고 절차에는 서면 통지와 30일 전 해고 예고가 있습니다. 본채용 거절도 해고의 범주에 포함되므로 해고의 절차 규정도 적용됩니다. 다만, 3개월 미만이라는 해고 예고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예고할 의무가 없습니다.
반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 회사에 별도 절차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서 정한 내용에 따라 달리 의율될 수밖에 없습니다. 징계 해고 절차 규정에 대하여는, 본 채용 거절은 징계에 해당하지는 않으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