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부당이득 반환이란 말을 종종 들어보셨을 겁니다. 말 그대로 부당한 이득은 반환해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법률상 원인 없이 누군가 이득을 보고 또 누군가는 손해를 보았다면, 이득을 본 누군가는 그 이득이 부당하므로 손해를 본 누군가에게 그 이득액을 반환하여야 합니다. 민법상의 법리인데 지극히 상식적이며 매우 일반적인 권리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공기업에서 승진시험 중 부정이 발각되어 승진자 다수가 승진이 취소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승진이 되었으니 당연히 급여가 올랐었겠지요. 승진의 원인이 된 승진시험에 부정한 행위가 개입되었으니 시험 합격이 무효이고 이에 승진도 취소되었는데, 승진 후 취소 전까지 인상되어 받았던 급여의 차액분을 반환해야 하느냐가 문제되었습니다.
바로 인상 급여분이 민법상 부당한 이득에 해당되어 반환해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것입니다. 회사 측에서는 승진이 취소되었으므로 부당한 이득이라고 하고, 해당 근로자 측에서는 기왕에 이미 그 승진된 직급 하에 일을 한 것은 분명하므로 부당한 이득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우리 법원이 민법상의 부당이득 반환에 비추어 어떠한 판단을 하였는지 살펴봅니다.
대상판결.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17다292718 판결
1. 들어가며
민법에 다수의 청구권들이 있고 거기에는 이런저런 구구한 법리들이 얽혀 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언급될 수 있는 청구권으로 손해배상과 부당이득 반환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두 청구권은 흔히 들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손해배상은 말 그대로 손해를 배상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그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에게 끼친 손해만큼 배상, 즉 손해액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복잡한 법의 문제를 떠나 우리의 일반 상식에 비추어도 지극히 당연합니다.
부당이득 반환을 볼까요. 말 그대로 부당한 이득을 반환한다는 뜻입니다. 누군가가 부당하게 이득을 보았고 다른 누군가가 부당하게 손해를 보았다면, 부당하게 이득 본 자가 손해 본 자에게 그 이득액을 반환하여야 합니다. 이 역시 지극히 우리의 상식과 직관에 자명한 논리입니다.
어찌 보면 두 청구권은 매우 유사해 보이고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민법상 별개의 청구권과 법리로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점이 있겠지요.
복잡하고 세밀하게 보면 여러 가지 차이가 있겠으나, 단적으로 말씀드리면 위법한 행위를 전제로 하느냐입니다. 즉 손해배상은 위법한 행위를 전제로 하고, 부당이득 반환은 그렇지 않습니다.
| 구분 | 손해배상 | 부당이득 반환 |
|---|---|---|
| 전제 | 위법한 행위(계약 위반·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사실 | 위법한 행위를 전제로 하지 않음 |
| 당사자 관계 | 가해자와 피해자 | 수익자와 손실자 |
| 지급하는 것 | 끼친 손해에 상당하는 손해액 |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이득액 |
손해배상은 위법한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사실을 전제로 합니다. 그 위법한 행위에는 계약 위반이나 불법행위가 있습니다.
오송금 사례 — 위법행위 없이 성립하는 부당이득
구체적 사례를 보지요. A가 친구에게 금원을 보내기 위해 은행 계좌에서 이체하는데 실수로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하여 엉뚱하게 B에게 이체하였습니다. 우리가 간혹 보거나 듣는 오송금 사례입니다. A는 B에게 잘못 보낸 금원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고, B는 A에게 그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바로 A의 청구권이 부당이득 반환 채권입니다. 반대로 표현하면 B는 부당이득 반환 채무가 있는 것이고요. 반면 이 사안은 채무자인 B에게 위법한 행위는 없으므로 손해배상채권, 손해배상채무는 성립되지는 않습니다. 채무자가 될 B가 어떠한 잘못을 한 것은 아니지요.
급여 초과지급 사례 — 노동법에서의 부당이득
이번에는 노동법에서 부당이득 반환채권이 성립되는 사안을 예로 들어볼까요. 사업주인 회사가 근로자의 급여를 지급하는데, 가령 연장근로시간이나 휴일근로시간 입력의 오류와 같이 급여 처리 담당자의 계산 실수로 급여가 실제 지급되어야 할 액수보다 초과 지급되었습니다. 바로 이때 계산 오류로 초과 지급된 급여분이 부당이득이고, 회사는 근로자에게 그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지요.
다만, 초과지급분 부당이득 반환 채권에 대하여 회사가 근로자의 임금에 대하여 일방상계가 가능한지 여부는 노동법의 오래된 논점이지요. 우리 강의에서도 몇 번 다루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임금에 대하여 일방상계가 금지됨이 원칙이고, 대법원 판례상 몇 가지 예외가 있었는데 일정한 제약 하에 초과지급 임금의 부당이득 반환에 대하여 임금과 상계가 가능하다고 하였지요.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임대차 사례 — 하나의 사실관계, 두 개의 청구권
또 하나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B가 A의 아파트를 월 임차료를 내기로 하고 임차하였습니다. 월세 주택임대차계약이지요. 그런데 계약기간 만료 시 B가 A에게 아파트를 인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인도를 하였습니다. 계약기간 만료 후 실제 인도할 때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B는 A에게 임대차계약 기간 때와 마찬가지로 월 임차료를 지급해야겠지요. 사실 계약기간 때나 계약기간 만료 후 실제 인도할 때까지나 월 임차료에 해당하는 액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같은데, 법률적으로 보면 그 청구권의 권원이 좀 다릅니다.
계약기간에 대한 것은 서로 약정한 계약대로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차료 채권입니다. 계약기간 만료 후는 어쨌든 계약은 종료가 된 것이기에 계약상 채권은 아니고 바로 손해배상이 됩니다. B가 계약 만료 시 아파트를 인도하지 않은 것은 임대차계약 만료 시 임차물을 반환해야 하는 임차인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계약 위반이라는 위법한 행위에 따라 A가 임차물을 정상적으로 반환받아 타에 임대하였더라면 얻었을 임차료를 얻지 못한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임차료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손해배상 채권과 채무가 성립되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부당이득 반환은 위법한 행위를 전제로 하지 않지요. 위법한 행위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위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 반드시 위법함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래서 계약 만료 시 제때 명도하지 아니하여 그 기간 동안 임차료 상당액을 지급해야 하는 채권은 부당이득 반환 채권에도 해당됩니다. B는 부당하게 이득을 보았고 A는 부당하게 손해를 보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어떠한 사안의 경우 어느 한 가지 채권만 성립하기도 하고 혹은 각 채권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여러 개의 채권이 성립되기도 합니다. 다만 채권이 중복하여 성립되었다고 하여 두 번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저 법률상 왜 금전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설시에 있어 그 권원과 근거가 다양하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2.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일반 법리
1) 의의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민법에 따르면 부당이득이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인하여 얻은 이득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실을 입힌 경우 손실자가 수익자에게 그 이득을 반환시키는, 법률이 부여한 채권입니다. 위법행위를 전제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관계를 전제로 한 손해배상과 다르지요.
2) 성립 요건
i. 법률상 원인이 없을 것
법률상 원인이 없을 것은 '부당'이라는 또 다른 법적 표현입니다. 한마디로 수익을 얻을 객관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위에서 말한 오송금 사례와 같이 송금받은 자는 그 송금 금액을 얻을 어떠한 법률상 이유가 없지요.
ii. 이익의 취득
바로 '이득'에 해당하는 표현 부분입니다. 반환 책임자에게 어떠한 이득이 있어야겠지요. 반환 대상이 바로 그 이득이니까요.
그런데 실제 사안에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아야 하느냐 마느냐에 관해서 논란이 있는 사례가 간혹 있습니다. 아래 판례와 같이 돈이 송금되었으나 송금된 계좌가 이미 그 전에 다른 이의 수중에 있었고 실제 그 돈을 다른 이가 출금한 경우, 계좌의 명의자라고 하여도 이득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겠지요.
병의 토지를 갑이 매수하고자 협의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을과 정이 짜고 정이 통장과 도장을 소지하고 있던 병 명의의 계좌로 매수대금을 입금하라고 갑에게 거짓 전달하여 갑은 병 명의 계좌로 매수대금 일부인 금원을 입금하였고 정이 이를 인출한 사안입니다. 을과 정이 자력이 없어 책임을 묻기 어려워지자, 갑은 병 명의 계좌로 입금된 돈이 병의 부당이득이고 따라서 병은 부당이득 반환 채무가 존재한다고 하며 병에게 금원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병에게 이득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하였습니다.
甲의 대리인 乙이, 토지의 소유자인 丙에게서 매도에 관한 대리권을 위임받지 않았음에도 대리인이라고 사칭한 丁으로부터 토지를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기하여 甲이 丙 명의의 계좌로 매매대금을 송금하였는데, 丙에게서 미리 통장과 도장을 교부받아 소지하고 있던 丁이 위 돈을 송금 당일 전액 인출한 사안에서, 甲이 송금한 돈이 丙의 계좌로 입금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丙이 위 돈 상당을 이득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丙이 이를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까지 이르러 실질적인 이득자가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甲의 송금 경위 및 丁이 이를 인출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丙이 위 돈을 송금받아 실질적으로 이익의 귀속자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며, 甲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에는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다37325, 37332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부당이득금반환]
또한 계약 관계 없이 혹은 임차계약 만료 후에도 계속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다면 부당이득으로 임차료 상당액을 반환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점유하였음에도 사용·수익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역시 이익이 없었으므로 부당이득 반환이 부정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아래 판례 사안이 그러한 경우인데, 임대차계약 해지 후에도 임차인이 임차물을 반환하지 아니한 것은 맞으나 임대인이 스스로 세무서에 휴업신고를 함으로써 임차인이 사실상 임차물에서 영업을 하지 아니한 사실이 존재하므로 실질적 이득이 없다고 하여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원심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합의해지된 뒤에도 피고가 임차목적물인 지하실을 계속 점유한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는 위 지하실을 점유함으로써 법률상 원인 없이 차임 상당의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위 해지 익일인 1982. 2. 26.부터 명도 시까지 그 차임에 상당한 월 400,000원의 비율에 의한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그 지급을 명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하였음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반환에 있어서 이득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익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건물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여도 이를 사용수익하지 못하였다면 실질적인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당원 1979. 3. 13. 선고 78다2500, 2501 판결; 1981. 11. 10. 선고 81다378 판결 참조).
임대인 원고 자신이 1982. 2. 7. 피고가 경영하는 위 지하실 다방에 관한 휴업신고를 관할 세무서장에게 제출하고 피고는 그해 2. 8. 이후 위 지하실에서의 다방영업을 중단하여 출입문에 시정을 한 채 사용수익을 하지 아니한 사실이 엿보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증거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판단도 함이 없이 피고가 위 지하실을 점유한 사실만으로 차임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인정하여 그 이득의 반환을 명하였음은 부당이득반환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 대법원 1984. 5. 15. 선고 84다카108 판결 [점포명도]
이처럼 이득을 얻었느냐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들은 사실 구체적 사정을 심도 있게 따져봐야 하고, 법원에서 그 판단들이 엇갈리는 경우도 상당히 존재합니다.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