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갱신기대권이란 무엇인가
갱신기대권은 근로계약 또는 취업규칙 등에 갱신 의무에 대한 명시적 합의나 규정은 없으나, 기간 설정이 사실상 형해화되었다는 사정이라든가 혹은 수차에 걸쳐 반복 갱신되어 온 사정이라든가 하는 등 개별적 사안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기간이 만료된 계약이 계속 갱신되리라는 신뢰가 형성되어 계약 자유의 대원칙에서 파생되는 갱신의 자유를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법리입니다. 우리 노동관계법령에 갱신기대권 법리에 대한 규정은 없으나 판례에 의하여 꾸준히 인정되었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정년을 도과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존부를 다룬 대상판결을 공부합니다.
대상판결 개요
| 구분 | 내용 |
|---|---|
| 대상판결 |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두50563 판결 |
| 사건명 |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 항소심 | 서울고등법원 2016. 9. 1. 선고 2016누40568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 결론 | 1심·항소심·상고심 모두 동일한 결론 유지 (갱신기대권 인정, 갱신거절은 부당해고) |
항소심 판단
항소심은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여 항소 기각 판결하였습니다. 다만, 갱신기대권 존재 및 갱신 거절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사업주의 추가적 주장에 대하여만 그 판단 이유를 설시하였습니다.
1) 원고들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는지 여부
제1심의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종료 시에 원고들이 이미 정년을 도과하였다는 사실은 인정됩니다. 그러나 오히려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확인됩니다.
- 참가인이 2014. 3. 1. 정년이 도과한 원고들과 사이에 근로계약기간을 2014. 3. 1.부터 2015. 2. 28.까지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한 점
- 참가인과 원고들이 최초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2011. 10. 1.부터 2015. 2. 28.까지 근로계약이 3회 갱신되었는데, 그 갱신과정에서 정년도과가 문제된 적은 없었던 점
이러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정년이 도과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의 갱신기대권이 배제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 참가인은 원고들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상 명시된 기본적인 근로제공을 무단으로 이행하지 않아 이 사건 근로계약기간 만료 당시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신뢰관계가 이미 훼손되었으므로 원고들의 갱신기대권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참가인이 당심에서 추가로 제출한 을나 제5호증의 1, 2의 각 기재만으로는 참가인의 위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참가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참가인의 갱신거절이 정당한지 여부
참가인은 원고들이 속해있는 코스관리팀의 업무에는 고도의 체력이 필요하여 정년을 초과한 고령의 원고들이 해당 업무를 담당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참가인이 당심에서 추가로 제출한 을나 제10호증의 1 내지 7의 영상만으로는 위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참가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참가인은 잔디 폐사로 인해 코스관리팀의 업무를 다시 외주업체에 위탁하게 되면서 참가인에게는 정원 감축 및 원고들과의 근로계약을 해지할 경영상 필요가 있었고, 원고들이 외주업체에 고용 승계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도 하였으나 원고들의 거부로 실행되지는 못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이 참가인의 외주업체로의 고용승계 요구를 따라야 할 의무도 없으므로, 참가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상판결(상고심) 판단
상고심 역시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1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다만, 고령자 등 기간제법의 2년 초과 시 무기 간주의 예외 사유에 해당되더라도 갱신기대권의 법리는 여전히 적용된다는 점, 그리고 고령자 근로자에 대한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할 시에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하여 설시하였습니다.
갱신기대권의 일반 법리와 기간제법 예외 사유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두1252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은 같은 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가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에 관한 위 법리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고령자 관련 규정의 입법취지
한편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4호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서 정하고 있는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고령자에 대하여도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할 경우, 고령자에 대한 채용 자체가 기피되어 고령자에 대한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고령자고용법 제21조는 사업주에게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그 직무수행 능력에 맞는 직종에 재고용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면서, 고령자인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할 때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퇴직금 등 계산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할 때 종전의 근로기간을 제외할 수 있고 임금의 결정을 종전과 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년을 경과한 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의 판단 기준
앞서 본 갱신기대권 법리와 함께 기간제법 및 고령자고용법의 위 규정들의 입법취지와 사업장 내에서 정한 정년의 의미 및 정년 이후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근로계약 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 등을 모두 고려하면, 정년을 이미 경과한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앞서 본 제반 사정 외에 다음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합니다.
| 고려 요소 | 내용 |
|---|---|
| 직무수행 능력 | 해당 직무의 성격에 의하여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 |
| 업무수행 적격성 | 당해 근로자의 업무수행 적격성 |
| 연령에 따른 영향 | 연령에 따른 작업능률 저하나 위험성 증대의 정도 |
| 사업장 실태 | 해당 사업장에서 정년을 경과한 고령자가 근무하는 실태 |
| 갱신 사례 | 계약이 갱신되어 온 사례 |
본 사안에 대한 적용
위 법리를 전제로, 대법원은 근로계약서상 갱신할 수 있다고 규정한 사실, 사업주의 사업장 내 당해 직무의 필요성이 계속 있는 사실, 근로자들 수행 능력이 여전한 사실, 대부분 근로자를 도급 혹은 고용 형태로 계속 사용한 사실 등을 들어 본 사안에서 갱신기대권이 존재한다는 판단을 유지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고려된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두 차례 작성된 근로계약서의 제2조는 계약기간의 종료 1개월 전까지 재계약을 하고, 차기 연봉계약은 업무능력·근무성적·근무태도 등 인사평가를 토대로 연봉을 정하되 참가인의 사정에 따라 계약기간을 조정한 재계약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2조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고들과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이 계속하여 갱신될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이는 점
- 원고들과 참가인이 최초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2011. 10. 1.부터 2015. 2. 28.까지 근로계약이 3회 갱신되었는데, 원고들의 근무태도나 회사에 대한 기여 정도 등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거치지 않았고 그 갱신과정에서 정년 도과가 문제된 적은 없었던 점
- 원고들은 2005년경부터 2011. 9. 30.까지는 위탁업체 소속 직원으로서, 2011. 10. 1.부터는 참가인 소속 직원으로서 약 10년간 참가인이 운영하는 골프클럽의 필수적인 업무인 골프장 코스관리 업무를 담당하여 왔고, 참가인은 2014. 6. 1. 엔에이골프 주식회사와 골프장 코스관리업무에 대한 위탁관리 계약을 체결한 후에도 2014. 8. 22.경 단체교섭 관련 원고들과의 의견대립이 해결곤란상태에 이르기 전까지는 원고들과 엔에이골프 주식회사 직원에게 각각 작업지시를 하여, 원고들이 위 업무를 수행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볼 수 없는 점
- 이 사건 근로계약종료 무렵 원고들의 건강이 근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악화되었다거나 업무를 계속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직무수행 능력이 떨어졌다는 등의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 참가인은 2015. 1.경 원고들을 포함한 17명의 근로자들에게 정년 해당 또는 계약기간 만료사실을 통보하였는데, 위 17명 중 외주업체에 취직한 8명, 자진퇴사한 1명과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근로자들과는 근로계약을 갱신하였으나 원고들과의 근로계약은 갱신하지 아니한 점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원고들에게는 정년이 도과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갱신거절의 정당한 이유를 찾아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마치며
갱신기대권은 사업주와 근로자 간 한정된 기간의 설정이라는 외형적 합의에 대하여, 구체적 사안에서 특유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한정된 기간의 설정에 대한 합의의 효과를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법리로, 노동관계 법령에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판례에 의하여 꾸준히 정립되어 왔습니다.
본 대상판결은 이러한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 기간제법의 2년 초과 시 무기 간주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사안이더라도 여전히 작동된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