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국내 진출 외국기업의 상시 근로자 산정 법리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에 상시 근로자 수 산정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시간 상시 근로자 수 산정에 대한 일반 법리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해외에서 설립된 외국 기업이 한국에 별도 법인이 아닌 사무소를 두는 경우가 있지요. 이 경우 상시 근로자 수 산정 시 하나의 법인체로서 해외 현지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까지 포함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상 판결을 통해 우리 법원의 판단과 결론을 살펴보겠습니다.
대상판결 : 2024. 10. 25. 선고 2023두46074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판결
1. 들어가며
지난 시간을 비롯 여러 차례 함께 살펴보았듯이 근로기준법 제11조는 1항에서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2항에서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달리 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소규모 영세사업장에 대하여는 사업주의 부담을 경감시켜 주고자 일부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그런 만큼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근로자들의 권리가 축소되기에 입법이 적절한지에 대하여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는 점도 설명 드렸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설립된 외국기업이 국내에 사무소를 둔 경우 국내의 근로자 수만으로 산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외국 현지까지 포함하여야 하는지 문제가 된 사안이 있었습니다.
2. 대상 판결의 내용
1) 기초 사실
A회사는 미국에서 설립된 미국 법인이며, 근로자 B는 한국인으로 A회사 서울 사무소에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되어 근무하였습니다. 한국 사무소에 A회사가 채용한 근로자는 B 한 명이었습니다.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A회사는 더 이상 갱신하지 아니하고 계약을 종료하였는데, B는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된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였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B의 구제 신청을 각하하였고, B의 재심 신청에 대하여 중앙노동위원회도 초심 판정을 유지하였습니다.
이에 B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본 사안은 근로자 수 산정 쟁점 외에 외국법인 사업주와 한국인 근로자 간의 국제사법 관계의 준거법에 대한 쟁점도 있었습니다만, 이번 강의에서는 근로자 수 산정에 대한 법리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 원심 판결
원심은 사업장 단위를 어떻게 획정할 것인지에 대한 경제적·행정적 요소에 관한 실질적 일체성이라는 일반적 기준에 따라, 외국기업이고 외국에 본사가 있더라도 하나의 일체성이 인정된다면 외국에 소재하는 본사까지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아 상시 근로자 수를 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근로기준법이 전부 적용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인지 여부는 경영상 일체로 평가되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임을 전제로,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이 전부 적용될 때의 경제적, 행정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설령 A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대한민국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근로자 B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11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A사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본다면, A사와 같이 외국에 소재하는 회사 본사의 규모가 상당하여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시 경제적·행정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경우에도, 단지 국내에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해당 회사의 대한민국 내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보호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 서울고법 2023. 6. 8. 선고 2022누44493 판결
그러나 상고심에서는 원심과 다른 판단이 있었습니다. 항을 바꾸어 살펴보겠습니다.
3) 상고심(대상판결)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11조는,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고(제1항),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제2항)고 규정하여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달리 규율하고 있다.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사업활동을 영위하며 근로자를 사용하는 국제근로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 단위로서, 이는 근로조건의 규율, 근로자들 간의 의견 교환 및 협의, 경영상 해고를 비롯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 등을 위한 기초 단위가 된다. 따라서 근로관계의 각종 규율이 통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대한민국 내에 위치한 사업 또는 사업장을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외국기업이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될 뿐이므로,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까지 합산하여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상시 근로자 수를 산정하기 위한 기초 단위로서의 사업장 단위에 대한 일반 법리를 설시한 다음, 여기서 사업장은 대한민국 내에 위치한 사업장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기에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는 근로자 수 산정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결론을 설시하였습니다.
나. 이 사건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미국에 본사를 둔 법인인 참가인 본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규 프로젝트 수주 업무를 위하여 국내에서 원고 1명을 근로자로 사용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참가인 본사가 국내에서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가 1명에 불과한 이상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까지 합산하면 상시 사용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참가인 본사가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이 정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이 상시 사용 근로자 수를 산정할 때에 국내 근로자 수에 외국 근로자 수까지 합산한 결과 참가인 본사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단에는 국제근로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상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판단 기준 및 상시 사용 근로자 수 산정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본 사안의 경우 국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B 한 명뿐이고, 미국 현지에서 근로하는 근로자가 수백 명, 수천 명이더라도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는 상시 근로자 수 산정에 포함될 수 없다는 위 법리에 따라 근로자 수 산정에서 제외되므로, 결국 A사의 상시 근로자 수는 1명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3. 결론
이 사건 외국기업의 근로자 수 산정 문제는 해외의 다국적 기업이 국내에 사무소를 두는 경우 종종 문제시되는 쟁점입니다. 매우 거대한 해외 기업이 현지 본사에는 수백 명, 수천 명의 근로자가 있으나 국내 사무소에는 불과 두세 명인 경우가 많지요.
이 판결은 다국적 기업이 국내 진출을 고려할 때 적극적으로 참고할 만한 기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동 문제는 항상 사업주와 근로자 양자의 입장과 시각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요. 어떤 결론이 옳다 그르다 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이 판결은 기본적으로 노동 문제이기는 하나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에 대한 것으로, 자국과 외국의 입장과 시각의 문제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판결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