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 임금피크제와 연령 차별

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고령화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입니다. 유병장수라는 신조어도 있듯이 의학 기술과 사회 인프라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고 있고, 이는 축복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고민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고용기간이 증가할수록, 가볍게 표현하면 직장에서 짬밥이 늘어날수록 권한도 커지고 임금도 증가하는 것이 우리 일반의 상식이었습니다. 고참이 신참보다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였습니다. 고참의 수가 자연적으로 감소하였기에 그러한 구조가 가능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다 보니 조금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어느 정도의 나이에 이르면 기본적인 실무 능력의 향상이 멈추고 오히려 줄기도 합니다만, 그에 비례하여 이루어지던 자연적인 감소 행태가 급격히 사라졌고 고참으로 가면서 수가 줄었던 삼각형 모양의 인력 구조도 옛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바로 여기서 과거의 인식과 현재의 변화된 상황이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비책으로 나온 것 중 하나가 오늘부터 다룰 임금피크제입니다.

임금피크제는 고용유지나 연장이라는 순기능과 연령에 따른 임금 저하라는 역기능이 공존합니다. 관련 법리와 대상판결을 통해 이에 대해 다루어 봅니다.

대상판결 —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임금 등]

1. 개요

임금피크제란 근로자가 어느 일정 연령에 달하면 이후 임금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삭감되는 임금 제도를 말합니다. 피크라는 말처럼 어느 일정 연령 시점이 최고조라는 것이고, 다시 말하면 그 이후부터는 더 이상 증가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임금피크제의 의의를 고용보장 또는 고용연장이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 성장은 둔화되는 반면 의학과 사회 전반 인프라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고 있지요. 기업의 고용 수요의 필요는 줄어드는 반면 개인의 고용 공급의 필요는 늘어나고 있는 갈등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제도 중 하나가 임금피크제인 것입니다. 고용을 연장하거나 적어도 유지해 줄 테니 임금의 계속적인 상승을 중단하고 임금 액수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삭감하자는 말입니다.

고용의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에 따른 합리적인 대책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이 제도는 연령이라고 하는 요소를 가지고 임금의 동결이나 삭감을 예정하고 있어 연령을 두고 임금 등의 처우를 차별할 수 없다는 원칙과 충돌되는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임금피크제가 한편으로는 노령자의 고용 유지와 연장을 통해 고령화 사회의 유의미한 고용 모델이라는 순기능이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고령자에 대한 임금 조건의 저하를 가져오고 오히려 조기 퇴출의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도 상당합니다.

금번 강의의 대상판결은 임금피크제와 연령상 차별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다룬 판례입니다. 임금피크제와 차별금지 원칙의 일반 법리를 우선 알아보고, 대상 판결의 구체적 사실관계를 통해 관련 법리의 실체적 전개를 살펴봅니다.

2. 임금피크제 일반 법리

1) 임금피크제 유형

임금피크제는 근로자 입장에서 임금의 삭감을 내어주고 대신 고용기간 연장 내지 유지를 받는 제도입니다. 주고받는 이 상반된 급부의 내용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고, 학자들마다 그 유형 구분이 다를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유형을 구분해 보았지만, 개별적인 실무 사안에 들어가면 어느 유형과 비슷할 수도 있지만 혼합된 유형이거나 매우 이질적인 사례도 다수 있습니다.

임금피크제의 목적과 취지의 정당성 평가에 있어 중요한 것은 개별 사안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주고받는 고용기간과 임금 간 급부상 실질 가치의 대비라 할 것입니다.

유형고용기간(받는 것)임금(내어주는 것)
정년연장형회사의 정년 자체를 일정 기간 연장임금피크 연령 설정 후 임금 삭감
고용연장형정년은 그대로 두고 정년 퇴직 후 재계약으로 고용 연장재계약 조건에 따른 임금 저하
정년보장형기존 정년을 보장일정 연령부터 임금 동결 또는 삭감
근로시간 단축형정년 연장 또는 기존 정년 내 고용 유지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임금 삭감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임금피크의 연령을 설정하여 임금을 줄여나가되 대신 회사의 정년 자체를 일정 기간 연장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임금이라는 조건과 고용기간이라는 조건이 삭감과 연장으로 상호 대비되는 구조로, 임금피크제의 기본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유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

정년은 그대로 두면서 정년 퇴직 후 재계약을 통해 고용을 연장하는 방식입니다. 일선 기업들이 정년으로 퇴직한 근로자를 기간제로 고용하면서 "촉탁직"이라고 표현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이 유형에 속합니다.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개정을 통해, 정년은 보장하되 일정한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가령 정년이 만 60세인데 정년을 보장하되 만 55세부터는 동결하거나, 혹은 1년마다 일정 비율로 임금을 삭감하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사실 여기에는 숨은 쟁점이 있습니다. 정년이라는 의미 자체가 그 시점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것이지요. 이미 보장된 것을 다시 보장해줄 테니 임금 삭감을 수용하라는 꼴이 됩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임금 삭감만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지요. 임금피크제 제도에서 노동법과 갈등이 상당히 있는 유형이며, 본 대상판결도 이 유형과 관련이 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

일정 시점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유형입니다. 정년이 연장되면서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케이스도 있을 수 있고, 기존 정년 내에서 근로시간이 단축될 수도 있겠습니다.

2)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위에서 보았듯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고용기간 연장 내지 유지를 받는 대신 임금 동결이나 삭감을 내어주는 제도입니다. 받는 것이 있듯이 내어주는 것도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어떠한 임금 삭감 없이 고용 연장만 받는 사례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전적으로 근로자에게 이익이 되게끔 변경하는 제도라면 굳이 우리가 논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이처럼 임금피크제는 임금 구조를 변경하므로 그 조건을 다룬 규정의 변경이 불가피하고, 그 규정은 통상 단체협약 내지는 취업규칙이 됩니다.

  • 단체협약은 사업주와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 간의 계약이므로, 그 변경 또한 양자 간 새로운 계약이 있어야 합니다.
  • 취업규칙은 그 자체의 성립이 사업주의 일방적 법률행위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만, 절차상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나 과반수 근로자와의 협의가 필요하고, 특히 불이익 변경 시에는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시 불이익변경에 해당되어 과반수 노동조합이나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임금피크제는 고용기간 연장이라는 유리한 조건과 임금의 삭감이라는 불리한 조건이 동반되는데, 동반된 유불리 조건을 비교·검토하여 고용기간 연장의 이익이 크고 임금 삭감이 작은 경우에는 전체적인 면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것이므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는 논리가 가능합니다.

정리하면 다음의 두 견해가 대립할 수 있는 것이지요.

  • 고용기간과 비교하여 그것이 크든 작든 임금 삭감이 있으므로 불이익 변경이라는 견해
  • 서로 주고받는 급부를 대비하여 전체적으로 따졌을 때 고용기간 연장이라는 근로자의 이익이 크다면 불이익변경이 아니라는 견해

우선, 고용이 연장되고 연장된 이후의 시점부터 기존보다 삭감되는 것으로 변경된 사안의 경우를 상정해 볼까요. 연장되기 전의 기존 기득 기간에 대하여는 임금의 삭감이 없으니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어 보입니다.

반면, 정년 내에서 임금 삭감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론이 간단치는 않습니다. 서로 연계된 근로조건의 유불리가 혼재된 사안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불이익변경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견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금피크제의 경우에도 두 급부 간 유불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때는 구체적으로 고용기간 연장 및 임금의 삭감 비율과 그에 따른 전체적인 액수 등을 따져 보아야 하고, 산술적 결과 외에도 평가적인 요소와 시각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취업규칙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급여규정 개정의 유·무효를 판단함에 있어서 우선 퇴직금 지급률이 전반적으로 인하되어 그 자체가 불리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급률의 인하와 함께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는 그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제반 상황(유리하게 변경된 부분 포함)을 종합 고려하여 과연 그 퇴직금에 관련한 개정 조항이 유리한 개정인지 불리한 개정인지를 밝혀서 그 유·불리를 함께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그 종합 판단의 결과 불리한 개정으로 밝혀진 경우(일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 근로자에게는 불리하여 근로자 상호간에 유·불리에 따른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도 이와 같다)에는 종전의 급여규정을 적용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에 의한 동의를 받을 것을 요하고, 그러한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그 변경은 효력을 가질 수 없다.

—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18072 판결 [퇴직금]

따라서 그 결론이 간단하지 않은 만큼,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일선 사업장에서 정년 기간 내에서 임금 삭감이 동반되는 임금피크제 도입 시 불이익변경에 따른 동의 절차를 적극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본 글은 헬로인사가 발행한 Payroll 매거진 2022년 9월호 31쪽에 수록된 기사를 웹 문서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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