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과 의미

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중대재해처벌법이 2021년 1월에 제정, 공포되었고 금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효력을 발하였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되기 수년 전부터 법조계나 관련 산업계는 물론 일반 언론에게까지 많은 관심과 조명을 받았습니다.

하나의 단행법이 이렇게 제정 이전부터 사회 전반적인 관심과 조명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만큼 이 법이 갖는 의의가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금번 시간에는, 이와 같이 사회 전반적인 관심과 논의의 대상이 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무엇이고 어떠한 의의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배경과 취지

국가의 가장 기초적인 책무, 국민의 생명 보호

‘국가의 책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매우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가장 시원적이면서 기초적인 책무가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점에 대하여는 큰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야경국가’라는 말을 들어보셨지요. 근대국가 시대에 국가의 역할을 표현한 말입니다. 외국, 외적으로부터 침입을 막아내고 국내 범죄로부터의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책무와 역할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국방과 치안이라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현대국가로 들어서면서 국가의 역할과 책무는 매우 확대되었고 이러한 취지로 ‘복지국가’라는 표현이 있지요. 복지는 노동, 인권, 주택, 소수자 보호 등 매우 다양한 관점과 분야가 있고 그 중 중요한 분야의 하나가 의료입니다. 의료 또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매우 중대한 문제임에 이견이 없겠지요.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입니다.

국민의 생명 보호에 대한 또 하나의 분야는 재난, 재해 예방과 방지입니다. 재난, 재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진, 해일,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도 있고 사회 시스템 관리 부실 즉 인간의 잘못에 따른 이른바 인재(人災)도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재난, 재해에 따른 사람의 생명 침해는 가슴이 아픈 일이지만, 미리 주의를 기울이고 원칙이 지켜지고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였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에 대해서 우리는 특히나 크게 슬픔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반복되어 온 인재(人災)의 경험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세월호 사건이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 그리고 화력발전소 사건, 물류단지 사건,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수 많은 일반 대중과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사건, 사고에 따른 재난, 재해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언론사 카메라 앞에 서서 당해 기업의 책임자는 사죄와 피해보상,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정부 부처의 책임자는 철저한 엄단과 관련 산업계의 전수조사를 통한 확실한 예방을 약속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 사고가 반복된다는 사실은, 반복되고 있는 우리의 아픈 경험입니다.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사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시기사건이후의 경과
2013년성수역 사건국민들은 분노했고 지하철 공사 측은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
2015년강남역 사건국민들은 정말 분노했고, 지하철 공사 측은 정말 사죄했고 정말 제대로 하겠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
2016년구의역 사건강남역 사건 이후 불과 8개월 정도 지나지 않아, 혼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젊은 근로자가 들어오는 지하철 차량과 스크린도어에 끼여 사망

지하철이 그야말로 도시의 동맥과 같고 철도 차량의 특성상 한대가 멈추면 그 구간 전체가 멈추기에 지하철 차량을 멈추어 놓고 작업을 할 수 없다면, 지하철 역사와 중앙통제실 그리고 차량 운행사 간 유기적인 연락과 제어 속에 역무원이 정비 현장에서 통제, 관리하고 정비는 2인1조 작업이 이루어지는 등 2중, 3중의 방지 시스템이 이루어져야 함이 너무도 상식적이고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2중, 3중의 시스템은 커녕 2인1조 작업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것 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고 수시로 발생하는 스크린도어 정비를 혼자서 수행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그리고 그 일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는 인재가 거듭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와 반성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형사처벌을 통한 예방이라는 출발점

바로 이와 같은 사회 전반의 반성과 숙고와 논의 속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풀네임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법명에서도 나타나듯이 가장 주된 내용은 중대재해의 원인이 되는 자를 형사상 처벌하겠다는 것입니다.

형사처벌이란,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의 법익을 침해한 행위를 범죄라고 칭하고 그 하지 말아야 할 범죄를 저질렀을 때 부과하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페널티 부과입니다. 형벌의 종류는 아래와 같이 9가지가 있습니다.

형벌내용
사형
징역인신을 구속하는 형벌
금고징역과 같이 인신을 구속하나 노역이 부과되지 않는 형벌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금전적 납입 책임을 지는 형벌
구류
과료
몰수

형사처벌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고, 어떤 기능과 목적을 위한 도구적 수단이겠지요. 형사처벌이 범죄를 범한 것에 대한 대가적 차원에 응보적 기능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기능은 일반인들에게 그 범죄를 범하고자 하는 의도나 욕구를 억제하는 일반예방적 기능입니다. 위하적 효과라고도 하지요.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의 원인 자를 강력하게 처벌함으로써 중대재해 발생을 막아보겠다는 것이 제정 취지의 출발점입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소개된 입법 취지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같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및 4·16 세월호 사건과 같은 시민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등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에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 등이 운영하는 사업장 등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와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위험한 원료 및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사고가 발생한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을 처벌함으로써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와 일반 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이다.

2. 산업안전보건법과의 관계, 그리고 이 법의 결정적 의미

그런데 이미 기존에 산업안전보건법이라는 법률이 있지요. 중대재해처벌법에는 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 외에 일반 공중과 시민에 대한 시민재해가 있어, 시민재해는 산업안전보건과는 전혀 다른 영역입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산업재해 부분은 사실 산업안전보건법의 내용과 그 기본 및 체계 차원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이 입법론에 있어 중복적 법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 부분입니다.

어째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 공포되어 발표된 현 상황에서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이 갖는 가장 유의미한 내용은, 법인의 대표이사와 같은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법에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하고 이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를 형사 처벌 대상으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즉, 형법상 신분범의 일종과 같이 수범 주체를 경영책임자로 특정함으로써, 내부 규정이나 조직에 대한 어떤 설정이나 조작을 통해 기업의 실질적 총괄 권한자가 법적 책임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고자 함에 결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3.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내용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조문주요 내용
제4조 및 제5조개인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고,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 제3자의 종사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함
제9조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생산·제조·판매·유통 중인 원료나 제조물의 설계, 제조, 관리상의 결함이나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설치, 관리상의 결함으로 인한 그 이용자 등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위하여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조치를 하는 등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함
제6조 및 제7조, 제10조 및 제11조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고,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 등이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기관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부과함
제15조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해당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은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그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짐

정리하면,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 위반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점 외에,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 고의·중과실로 발생 시 5배 범위에서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 하나 하나씩 그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본 글은 헬로인사가 발행한 Payroll 매거진 2022년 4월호 26쪽에 수록된 기사를 웹 문서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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