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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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자 개정 노조법(2026. 3. 10. 시행)을 두고 '노란봉투법'이라고 부르게 된 사연을 지난 시간 말씀드렸습니다. 쟁의행위로 인하여 조합원에게 과도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심히 제약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서 민사상의 배상책임을 제한해 보자는 취지로 법이 개정되었고, 바로 이 지점에서 '노란봉투법'이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내용 외에 노동3권의 상대방인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였고, 노동쟁의 대상도 확대하였다는 것이 또 하나의 핵심 골자입니다. 오늘은 그 개정의 핵심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들어가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의 확대
| 구법 | 개정법 |
|---|---|
|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2.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2.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
개정 노조법은 노조법상의 사용자 정의 규정을 개정하였는데, 위 표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기존 정의 문구에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라는 후단 문구를 추가 신설하였습니다.
바로 신설된 후단 문구가 추가됨으로써 기존 노조법상 사용자의 개념보다 더 확대된 것이고, 이 후단 문구의 의미는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하여 고용계약을 직접 체결한 하청업체 사업주뿐 아니라 원청업체 사업주도 노조법상의 사용자로 확대할 수 있음을 명문화하였다는 것이 개정 입법의 의사입니다.
이 개정 규정에 대하여 노동부 참고 자료는 그 취지를 아래와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도급 등으로 다층화된 고용구조에서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주체와의 교섭을 촉진하고,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여 노사 간 실질적 교섭을 촉진하고 노사 자율에 의한 분쟁 해결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음.
노동조합법 제2조제2호 후문을 신설하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 등을 직접 체결하지 않은 자까지 확대하고, 법 제2조제5호에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근로자 지위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을 새롭게 포함하였음.
— 개정 노동조합법 업무 참고 자료 (2026. 03)
다만, 무조건 원청업체 사업자가 모두 노조법상 사용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청, 위탁, 용역, 도급, 위임 등 다양한 표현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업무나 서비스를 제3자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은 매우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일이고, 무조건 일을 맡긴 경우 일을 맡긴 사업자가 맡은 사업자의 근로자들에 대하여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노동3권의 수범자가 된다면 그 자체로 기본 상식에조차 맞지 않는 경우가 상당할 것입니다.
예시로 이해하기
한번 예를 들어 볼까요?
현대자동차 대기업이 소송 업무를 어느 로펌에 맡겼습니다. 로펌에는 변호사나 임직원들이 고용되어 있고, 로펌의 임직원들이 그 소송 업무를 실제 수행하겠지요. 이 경우도 현대자동차와 로펌 간의 계약 관계를 위탁, 원하청, 용역, 위임이라 표현할 수 있지요. 기계적으로 무조건 적용하여 로펌의 임직원에 대해 현대자동차가 노동3권의 수범자이자 노조법상 사용자가 된다면 누가 보아도 부당하고 황당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든 것이긴 한데, 이해를 돕기 위한 측면입니다.
바로 여기서 원하청, 위임, 도급, 위탁, 용역 관계라는 전제 외에 매우 중요한 핵심적인 요건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개정 노조법은 그 핵심적 요건을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때요? 납득이 되지요. 원하청, 용역, 위임, 위탁, 도급, 이런 관계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구체적 지배/결정"이 그 핵심 요소입니다.
자 그런데 실질, 구체, 지배, 결정이라는 말처럼 핵심적이지만 매우 추상적인 이 단어들을 실무에서, 구체적 사안에서, 현장에서, 재판에서 "오와 엑스를 가를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법이란 것은 상당수가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있고, 구체적 사안에서 최종적으로 가르마를 타서 판단하는 일, 그게 재판이고 법적 판단인 것이긴 합니다. 이 개정 규정만 추상적이라는 말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실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가 개별 근로관계법인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와 다르다는 점에 대하여는 대다수 법률가와 학자들 간 큰 이견이 없었고, 직접 계약 당사자가 아닌 원청 사업주에 대하여 노조법상 사용자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는 판례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는 확립된 법리입니다. 즉 금번 개정 노조법의 사용자 확대라는 법리는 개정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법리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사업주가 근로조건인 교섭요구사항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결정하거나, 근로자가 해당 근로조건을 사업주의 의사대로 또는 정해진 대로 복종하여 따를 수밖에 없어 사업주가 해당 근로조건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원고와 집배점의 관계, 집배점 택배기사의 ①업무가 상시적·필수적인 업무인지, ②원고의 사업체계의 일부로 편입됨으로써 근로조건을 지배하거나 결정하는 ③원고의 지위가 지속적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 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누34646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교섭 요구 의제에 대하여 ①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지, ②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무가 원청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사업체계에 편입되어 있는지, ③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을 원청과의 단체교섭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정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위와 같은 판단을 함에 있어 ①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업무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행하여지는 원고 회사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②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무방식과 이에 대한 원고 회사의 직·간접적 관여 정도, ③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의 관계, ④사내하청업체의 경제적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3구합55658 판결
직접적 고용관계가 없음에도 노조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는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구체적인 지배/결정"의 판단 요소로, 고용노동부는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 여부, 업무의 조직적 편입 및 경제적 종속 여부를 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