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 불법파견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들어가며

우리 강의에서도 여러 번 다루었는데 소멸시효라는 법리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소멸한다는 것이지요. 무엇이요? 권리가요.

쉽게 말하면 돈이든 무엇이든 내가 받을 권리가 있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권리가 없어진다는 말입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할 필요가 없다." 라는 법언이 바로 소멸시효를 단적으로 표현합니다.

노동법은 근로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인만큼 일반 민법에 비하여 모든 것이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단 하나! 민법보다 불리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멸시효입니다.

민법의 소멸시효는 10년이고 근로기준법은 3년이지요. 불법파견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인지 아니면 3년인지 문제 되었습니다. 대상판결을 통해 그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대상판결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1다213477 판결

민법상 소멸시효의 일반 법리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소멸시효란 일정한 기간 권리 행사를 방치할 경우 당해 권리가 소멸하는 제도로, 일반적으로 제도의 취지를 법적 안정성 확보, 입증 곤란의 구제, 자기 책임의 원리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자기 책임의 원리는 시효 기간 동안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면 그 권리를 계속 보호하여 줄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서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는 법언의 표현과 같은 맥락입니다.

소멸시효의 기간은 얼마이고 언제부터 시작하는지, 그것이 법리의 기본 내용이 되겠습니다.

소멸시효의 기산점 — 언제부터 시작하는가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소멸시효가 어느 시점부터 시작되는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 기산점은 기본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입니다. 그리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라 함은 일반적으로 이행하여야 할 기한, 즉 이행기가 됩니다.

이행기란 이행하여야 할 기한을 말하는 것이지요. 언제까지 갚기로 정한 경우를 말합니다.

다만 갚아야 할 이행기를 딱히 그 날짜를 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권은 민법상 채권자가 최고하면 이행기가 됩니다. 여기서 최고란 청구 의사표시, 즉 "돈 갚으세요"라고 말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행 청구의 의사표시는 채권자가 하는 것이고 이행 청구 시 이행기가 되므로, 채권자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행기에 대한 정함이 없는 채권은 그 채권이 발생한 때를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채권자는 언제든지 청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멸시효의 기간

민법상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기본적으로 10년입니다. 다만 아래 언급한 채권의 경우에는 10년보다 짧은 다른 기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의 경우를 제외한 모든 채권이 10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민법 제162조(채권, 재산권의 소멸시효) ①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②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민법 제163조(3년의 단기소멸시효) 다음 각호의 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1.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
  2. 의사, 조산사, 간호사 및 약사의 치료, 근로 및 조제에 관한 채권
  3.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
  4.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에 대한 직무상 보관한 서류의 반환을 청구하는 채권
  5.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
  6.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
  7. 수공업자 및 제조자의 업무에 관한 채권

민법 제164조(1년의 단기소멸시효) 다음 각호의 채권은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1. 여관, 음식점, 대석, 오락장의 숙박료, 음식료, 대석료, 입장료, 소비물의 대가 및 체당금의 채권
  2. 의복, 침구, 장구 기타 동산의 사용료의 채권
  3. 노역인, 연예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
  4. 학생 및 수업자의 교육, 의식 및 유숙에 관한 교주, 숙주, 교사의 채권

10년이 아닌 예외적 단기 소멸시효 규정은 3년 또는 1년이 있습니다. 이를 규정한 것은 그 대상이 되는 채권이 일상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금액도 보통 소액이며, 대개 그에 대한 영수증이 교부되지 않거나 교부되더라도 이를 오래 보존하지 않으며, 이러한 채권은 단기간에 결제되는 것이 거래관행인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합니다.

3년의 적용을 받는 채권은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등의 보수 채권, 병원료·약제비에 관한 채권 및 1년 이내의 정기로 지급받는 이자채권 등이 있고, 1년의 적용을 받는 채권은 여관, 음식점 등에서의 소비물에 관한 채권 등이 있습니다.

상사채권은 5년입니다. 일반인들 간의 거래가 아닌 상인들의 거래와 관련된 채권이므로 신속성에 그 취지가 있습니다. 두 당사자 모두가 상인, 즉 사업자일 필요는 없고 두 당사자 중 한쪽이 상인이면 상사채권이 됩니다. 기업의 영업 매출채권은 당연히 여기에 해당이 됩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에 임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요. 바로 3년입니다. 재해보상금 및 퇴직금 채권도 같습니다.

소멸시효 기간이 길면 채권자에게 유리한 것이고 짧으면 채무자에게 유리합니다. 짧다는 말은 채무자의 의무가 빨리 사라진다는 것이지요.

근로기준법의 임금채권은 소멸시효가 일반 민사채권의 10년보다 짧은 3년입니다. 노동법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기에 모든 내용이 민법에 비해 근로자에게 유리합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는데, 바로 오늘 공부하는 소멸시효 기간이 그것입니다.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

소멸시효는 앞에서 말씀드린 기산점부터 시작해 시효 기간이 지나면, 그 시효 기간이 도과한 바로 그 시점에 채권이 소멸합니다. 그런데 채무자가 당장 재산이 없는 사정 등으로 채권자가 받고자 노력하여도 채권의 만족을 얻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기간이 도과하였다고 하여 무조건 채권이 소멸하면, 채권자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하겠지요.

반대로는 채무자는 어떻게든 그 기간만 피하고 그 기간 동안만 재산을 숨겨버리면 자신의 법적인 책임이 없어지는 부당한 일이 생기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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