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법적 리스크를 알아야 안전하다
근로관계가 시작되는 채용 시에는 근로기준법과 채용절차법에 따른 여러 법적 사항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통설과 판례는 시용기간에 있는 근로자 및 채용내정자에 대해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즉 정식 근로계약이 체결되기 전이라도, 사용자가 채용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시점부터는 이미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 것으로 보아 함부로 채용을 취소하거나 번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달의 실무 포커스에서는 채용내정의 성립 요건부터 채용 취소, 수습기간 중 본채용 거부에 이르기까지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쟁점들을 최근 판정례와 판례를 통해 살펴본다.
1. 채용내정 성립 판단
채용내정이 성립하려면 사용자가 채용내정의 통지 등을 통해 근로자에게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합의하고, 채용의사를 명확하게 통보해야 한다. 단순히 면접을 진행했거나 실무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정도로는 채용내정이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최근 판정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사용자가 채용내정의 통지 등을 통해 근로자에 대한 채용의사를 명확하게 통보한 사실이 없고, 당사자 간에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거나 합의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으며, 채용내정 또는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볼 만한 별도의 증거나 정황이 없으므로 당사자 간에 채용내정 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 — 전남지노위 전남2024부해28
또 다른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채용내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채용내정 또는 최종합격자 통지 등 객관적으로 채용이 확정되었다는 통지를 받은 사실이 없는 점
- 사업장 소속 직원과 통화한 내용만으로는 채용내정이 성립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 사업장에서 과거 직원 채용 시 1차 및 2차 면접을 거쳐 채용한 전례에 비추어 근로자는 사용자의 채용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은 점
- 근로자가 채용확정 시 필요한 서류의 제출을 사용자로부터 요구받지 않은 점
위 사정들을 종합하면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근로계약에 이를 만한 채용내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됨. — 서울지노위 서울2023부해1140
한편, 취업규칙에서 채용 확정 시점을 별도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가 모두 마쳐지지 않은 이상 채용내정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도 있다.
- 전형 절차는 서류접수, 면접진행, 교육진행, 교육수료 후 입사로 되어 있으나 면접 합격까지만 진행된 점
- 취업규칙에 따르면 "전형과 신체 및 적성검사에 합격한 자는 '채용발령을 함으로써 채용이 확정'된다"라고 정하고 있는 점
- 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인 점
- 급여조건 등 근로계약의 핵심적인 근로조건을 안내받지 않은 단계에 있었던 점
위 사정들을 종합할 때 아직 채용절차 진행 중에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채용내정(근로계약)은 성립되지 아니한 것으로 판단됨. — 서울지노위 서울2023부해3763
2. 채용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채용내정 성립 여부와는 별개로, 채용절차 자체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은 경우 사용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최종 임원면접 단계까지 합격권에 있던 지원자의 점수를 부당하게 변경한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피고 소속 임직원들은 이 사건 채용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 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현저하게 훼손하였고 그 정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정도에 이르러 위법하며, 원고는 최종 임원면접 단계에서 합격권에 넉넉히 있었던 자로서 이 사건 채용절차 진행과정에서 형성된 신뢰와 나머지 채용절차의 공정한 진행에 대한 기대가 법적 보호의 영역에 포섭된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결국 피고 소속 임직원의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점수변경 행위라는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서울중앙지법 2020가합54378
채용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이를 정도로 훼손되었다면, 지원자가 최종 합격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형성된 정당한 신뢰와 기대의 침해에 대해 사용자가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3. 채용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 책임
같은 맥락에서, 채용절차의 공정성 훼손은 재산상 손해를 넘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책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피고의 신입직원 채용절차에 응시한 원고로서는 채용절차가 이 사건 공고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되리라는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원고의 신뢰와 기대는 법적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피고의 직원들이 시행한 이 사건 채용절차는 그 객관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고, 채용절차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진행에 대한 원고의 기대와 신뢰라는 법적 이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채용절차에 관여한 피고의 면접위원 등 직원들은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세평조회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반영하는 등으로 원고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절차에 대한 신뢰와 기대라는 법적 이익을 침해하였고, 원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직업의 선택 및 수행을 통한 인격권 실현 가능성에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되는 등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채용절차에 관여한 면접위원 등의 사용자로서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 서울남부지법 2018가합100190
이 판결은 세평조회(평판조회) 등 채용절차 중 진행되는 부수적 절차에서도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위자료 지급 의무까지 발생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4. 채용 취소의 정당성
채용의사를 외부적·객관적으로 명확히 표명한 이후의 채용 취소는 사실상 해고로 취급되어 엄격한 정당성 심사를 받는다.
피고가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게시한 채용공고를 보고 응시한 원고를 면접한 다음 원고에 대한 4대보험 취득신고를 마치고 원고를 피고의 기술자로 등록한 것은, 원고에 대한 채용의사를 외부적·객관적으로 명확히 표명하여 원고에게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채용내정통지를 한 것이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채용공고의 내용에 따라 근로계약관계가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채용 계획을 없던 일로 하자고 통보한 것은 사실상 해고로서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이상, 무효에 해당한다.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피해자의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 되고, 근로자가 그간 근로의 제공을 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의 귀책 사유로 인한 것이라 할 것이니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제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에서 근로자가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임금은 근로기준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임금을 의미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에 관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 관행 등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다면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이에 포함되며, 반드시 통상임금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통보로 인한 고용취소가 무효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계약기간 동안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 대구지법 2018가합972
4대보험 취득신고나 근로자 등록 등 채용의사를 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위가 있었다면, 이후의 일방적인 채용 취소는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로서 무효가 되고, 근로자는 계약기간 동안의 임금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5. 수습기간 중 본채용 거부의 정당성
수습기간 중이라 하더라도 본채용 거부가 항상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합리적 이유 없이 절차적 흠결만을 이유로 본채용을 거부하면 부당해고로 인정될 수 있다.
사용자가 3월간의 수습기간을 정한 근로자에게 수습기간이 거의 만료되었거나 채용 후 2개월이 경과된 시점에서 채용 시 적용되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채용서류 이상을 요구하고, 제출시한 약 6시간이 경과되어 서류를 제출하였다 하여 서류미제출 사유로 본채용을 거부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에 의한 근로계약 해지로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인사권을 남용한 부당해고이다. — 중노위 2001부해44
수습기간이 임박한 시점에서 통상적인 채용 절차보다 과도한 서류를 새로 요구하거나, 사소한 시간 지연을 이유로 본채용을 거부하는 것은 인사권 남용으로 평가될 위험이 크다. 수습평가는 애초에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형식적인 흠결을 이유로 한 본채용 거부는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실무자는 유념해야 한다.
이처럼 채용은 근로관계의 출발점이지만, 그 이전 단계인 채용공고, 면접, 내정 통지, 수습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사용자의 재량은 결코 무제한이 아니다. 채용의사가 명확히 표명된 시점을 기준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할 수 있고,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되면 합격 여부와 무관하게 손해배상·위자료 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채용 취소나 본채용 거부 또한 해고에 준하는 엄격한 정당성 심사를 받는다는 점을 실무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