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 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취업규칙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규칙입니다
노동법 교과서에서는 취업규칙을 '사용자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지켜야 할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하여 일방적으로 정한 통일적, 집단적 규칙'이라고 통상 정의합니다. 취업규칙은 쉽게 말하면 회사 내 규칙이고, 우리가 '사규'라고 부르는 것들이 취업규칙의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취업규칙은 회사가 만든다는 점입니다. 근로관계는 사업주인 회사와 근로자 간 근로계약이라는 합의의 산물이기에 양자 간 권리·의무 관계의 내용은 양자가 공히 만들어야 하는데, 취업규칙은 일방인 사업주가 단독으로 만든다는 것이지요. 근로관계가 사업장이라고 하는 일종의 집단 내에서 다수의 근로자를 예정하고 있다 보니, 다른 민사 계약 관계와 구별되는 매우 특수한 모습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양자 간 권리의무관계를 일방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매우 불합리하지요. 그래서 우리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상 판결은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를 얻는 절차에 있어 어떠한 방식이 적법한 동의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다룬 대법원 판결입니다. 대상판결을 통해 우리 대법원이 바라보는 집단적 동의의 적법한 방법과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대상판결 :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다215010 판결
1. 대상 판결의 기초 사실
회사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정년 60세가 법률상 의무화되자, 2014년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하고, 정년을 만 57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며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의 임금을 직전 연봉에 연령별 지급률을 곱한 금액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인사관리규정·연봉규정 개정안을 마련하였습니다.
| 연령 | 지급률(직전 연봉 대비) |
|---|---|
| 56세 | 100% |
| 57세 | 100% |
| 58세 | 75% |
| 59세 | 65% |
| 60세 | 60% |
이 과정에서 회사는 노동조합 측과 협의 절차를 거쳐 동의를 받았는데, 이 노동조합은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은 아니었습니다.
한편 회사는 노동조합과 합의한 위 개정안에 대하여 사내 전산망에 '사규 개정 직원 동의 안내' 공지와 개정 전후 비교표가 포함된 동의서를 게시하고, 7일간 동의 여부를 선택하도록 하는 절차를 진행하였으며, 전체 근로자 4,906명 중 약 78%인 3,857명이 동의하였습니다.
이에 근로자들 중 일부가 이 취업규칙의 변경은 무효라며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감액분 등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불이익 변경 취업규칙에 대한 동의 절차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1) 개요
우리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측의 동의를 얻도록 함으로써, 사업주와 근로자 간 상호의 권리의무관계에 대한 법원(法源)으로서의 취업규칙이 그 자체는 일방적으로 성립되지만 사실상 합의와 같은 효과를 얻도록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 대상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있으면 →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으면 됩니다.
-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다면 → 대상 근로자 중 그 과반수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2) 변경 취업규칙의 유불리가 갈리는 경우
고과에 따른 성과급으로 변경하는 경우, 사업주가 부담하는 임금 총액은 같으나 고과가 좋은 근로자는 오히려 유리하고 고과가 낮은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경우와 같이 유불리가 근로자마다 갈라지는 경우에는 불리한 변경으로 보고 동의를 거쳐야 합니다.
어떤 변경의 요소가 단 한 명의 근로자에게라도 불리할 가능성이 있다면 불리하게 변경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취업규칙의 일부를 이루는 규정의 변경이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경우, 그러한 변경에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요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근로자 전체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 이러한 경우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우며, 같은 개정에 의하여 근로자 상호 간의 이·불리에 따른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
— 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1893 판결
3) 대상근로자의 범위
변경되는 취업규칙이 회사 내 모든 근로자들에게 적용된다면 과반수를 산정할 대상 근로자는 회사 내 모든 근로자가 되겠지만, 일부에게만 적용된다면 그 적용되는 근로자가 과반수를 산정할 대상 근로자가 되겠습니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으면 당해 변경 내용의 적용을 받고 있는 근로자들의 과반수 동의가 필요합니다.
여러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어느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근로자 집단이 동의주체가 되고, 그렇지 않고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있어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근로자 집단 이외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 집단만이 동의주체가 된다.
—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두2238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4)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변경 취업규칙을 적용받거나 적용이 예정된 대상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으면 되고, 이때는 노동조합 내부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의 대표권을 가진 조합장이 동의를 하면 됩니다.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에서 취업규칙에 근로자에게 불리한 정년제 규정을 신설하는 경우, 그에 대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 경우에 있어서도 노동조합의 동의는 법령이나 단체협약 또는 노동조합의 규약 등에 의하여 조합장의 대표권이 제한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장이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하면 되는 것이지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서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다2507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5) 집단적 의사 결정 방식의 동의
이때 단순히 숫자적으로 과반수를 넘는 근로자에 대하여 개별적 동의를 징구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고,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자율적으로 의견을 교환한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 이른바 집단적 회의 방식이 요구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