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들어가며
그간 해고에 대하여 수회 다루었듯이, 사업주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근로계약 기간 도중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 등 실체적 요건과 서면통지 등 절차적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해고의 특별한 형태로 사업주의 경영 악화에 따른 원인으로 가능한 경영상 해고가 있습니다. 경영상 해고는 근로자의 귀책과는 전혀 무관하게 전적으로 사업주의 사정에 따라 근로자에게 해고라는 불이익을 부여하는 제도인 만큼, 경영상 해고 후 다시 동일 부문의 근로자를 채용한다면 경영상 사유로 해고되었던 근로자를 우선 재고용할 의무가 있습니다.
금번 대상 판례는 경영상 해고의 우선 재고용 의무에 대한 성격과 그 효과를 구체적으로 다룬 판례입니다.
대상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6다13437 판결(우선재고용의무위반등)
1. 사건의 개요
근로자 A는 사회복지재단인 사업주 B 법인에서 생활부 업무를 담당하는 생활재활교사로 근무하던 중, B 법인이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경영상 해고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6개월 후 B 법인은 A와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행정업무 직원 4명을 채용하였고, 다시 11개월 후에 B 법인은 A와 같은 직군인 생활부 업무 담당 교사를 채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안 A는 B 법인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른 경영상 해고의 재고용 의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하였지만, 요구 이후에 B 법인은 또 다시 다른 직원 2명을 추가로 채용하였습니다.
이에 A는 B 법인을 상대로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에 따른 우선 재고용 의무를 위반하였다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 시점 | 사실관계 |
|---|---|
| 최초 | 근로자 A, 사회복지재단 B 법인에서 생활부 업무 담당 생활재활교사로 근무 |
| 해고 시점 | B 법인,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A를 경영상 해고 |
| 해고 후 약 6개월 | B 법인, A와 다른 업무인 사무행정업무 직원 4명 채용 |
| 다시 11개월 후 | B 법인, A와 같은 직군인 생활부 업무 담당 교사 채용 |
| A의 재고용 요구 이후 | B 법인, 다른 직원 2명 추가 채용 |
| 이후 | A,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 우선 재고용 의무 위반을 이유로 소송 제기 |
2. 경영상해고 일반론
여러분도 너무 잘 알고 있듯이 해고는 사업주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근로계약 기간 도중에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단독행위로서의 의사표시입니다.
이에 계약기간 만료, 정년 도달, 당사자 소멸(자연인의 경우 사망)로 인한 당연 종료나, 양자 간 합의에 따른 합의 해지, 근로자의 의사에 따른 사직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근로자 보호를 입법 취지로 하고 있는 노동법에서는 해고의 유효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해고는 통상해고, 징계해고, 경영상해고(언론에서는 법문에 규정된 경영상 해고보다는 정리해고라고 통상 표현합니다)로 대별되는데, 근로자의 귀책이나 근로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사정이라는 요건과 달리 경영상 필요라는 사업주의 전적인 사정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경영상 해고는 앞의 두 해고 유형과 달리 매우 이질적이고 특별한 해고 유형이라고 할 것입니다.
경영상 해고는 법률에 명문 규정 없이 판례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어 오다가, IMF 사태 이후 근로기준법에 명문화되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경영상 해고는 통상해고와 징계해고와 달리 별도로 그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데, 다음 4요건이 그것입니다.
- 긴박한 경영상 필요
- 해고회피노력
-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선정
-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①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ㆍ인수ㆍ합병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본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 이하 "근로자대표"라 한다)에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④ 사용자는 제1항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인원을 해고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⑤ 사용자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요건을 갖추어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에는 제23조제1항에 따른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해고를 한 것으로 본다.
이하에서는 구체적인 각 요건을 살펴봅니다.
1)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란 경영상 어려움 등의 사유로 인하여 근로자와의 계속적인 근로관계 존속이 사용자의 이익을 침해함은 물론, 조직적ㆍ경제적 측면에서 경영 전체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경우를 말하는데, 그 필요성의 정도에 대하여는 도산의 위기에 이르러야 한다는 '도산회피설'과 도산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경영상 인원삭감의 필요성이 있으면 족하다는 '합리적 필요성설'의 두 견해가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의 최근 경향은 대체로 후자의 견해를 따른다고 해석됩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여부는 법적인 판단이긴 하나, 경제ㆍ사회 측면의 많은 담론을 포함하는 문제이기에 구체적 사안에서 실무적으로 매우 어려운 판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위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ㆍ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 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위 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는 위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해고무효확인]
2) 해고회피노력
경영상 해고를 하기 전에 이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요건입니다. 판례는 해고를 막거나 혹은 그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신규 미채용, 임시 휴직, 희망퇴직 등 비용삭감의 모든 조치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실시하기 전에 다하여야 할 해고회피노력의 방법과 정도는 확정적ㆍ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당해 사용자의 경영위기의 정도,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사업의 내용과 규모, 직급별 인원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사용자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에 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 정리해고 실시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였다면 이러한 사정도 해고회피노력의 판단에 참작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해고무효확인]
3) 해고대상자 선정의 합리성 및 공정성
경영상 해고 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정하여야 하고, 이 경우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무엇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인지는 획일적이고 고정적인 것이 아니기에 일의적으로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기준이라는 원칙을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설정함에 있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과 성실히 협의하는 절차를 준수하고, 특히나 정하여진 기준을 이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 역시 확정적ㆍ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당해 사용자가 직면한 경영위기의 강도와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정리해고를 실시한 사업 부문의 내용과 근로자의 구성, 정리해고 실시 당시의 사회경제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사용자가 해고의 기준에 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 해고의 기준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였다면 이러한 사정도 해고의 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인지의 판단에 참작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해고무효확인]
4)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 기준에 관하여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근로자대표에게 해고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히 협의하여야 합니다.
50일의 사전 통보 기간 규정은 공법상 제재에 그치는 일종의 단속규정으로 보아 경영상 해고 효력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입니다. 반면 근로자 측과의 성실한 협의를 거쳤는지 여부는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유효 요건입니다.
근로기준법 제31조 제3항이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을 해고실시 60일 이전까지 근로자대표에게 통보하게 한 취지는, 소속근로자의 소재와 숫자에 따라 그 통보를 전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그 통보를 받은 각 근로자들이 통보 내용에 따른 대처를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근로자대표가 성실한 협의를 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한으로 상정ㆍ허여하자는 데 있는 것이고, 60일 기간의 준수는 정리해고의 효력요건은 아니어서, 구체적 사안에서 통보 후 정리해고 실시까지의 기간이 그와 같은 행위를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부족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며, 정리해고의 그 밖의 요건은 충족되었다면 그 정리해고는 유효하다.
— 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두4119 판결
(다음 시간에는 경영상해고의 우선 재고용 의무의 일반 법리를 살펴보고, 대상 판결의 구체적 내용을 공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