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유급휴가의 발생 시점 Ⅱ: 기간제 근로자와 퇴직 시점의 법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랜드마크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번 지면에서는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쟁점 중 하나인 '연차유급휴가권의 발생 시점'에 대해 두 번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특히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이 만료되거나, 원인 연도 마지막 날에 퇴직하는 경우 휴가권이 성립하는지 여부는 미사용수당 지급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1. 연차유급휴가 발생 시점의 미묘한 문제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연차유급휴가권은 '1년간 80% 이상 개근'이라는 원인 연도의 요건이 충족되면, 그다음 해인 결과 연도에 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발생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상 아주 미묘한 쟁점이 발생합니다. 딱 1년의 근로기간을 채우고 퇴사한 경우, 원인 연도의 요건은 충족되었으므로 휴가권이 발생하여 미사용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전자의 견해)와, 휴가를 사용할 기간(결과 연도)이 도래하지 않았으므로 휴가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아 수당 청구가 불가능하다는 견해(후자의 견해)가 대립하는 것입니다.
- 전자의 견해: 원인 연도 종료 시(마지막 날)에 휴가권 발생
- 후자의 견해: 결과 연도 개시 시(다음 날)에 휴가권 발생
하루의 차이가 적어도 15일분의 미사용수당을 받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과거 대법원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전자의 견해(요건 완료 시)'를 취했으나, 최근 판결들을 통해 법리의 적용에 있어 사실관계에 따른 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2.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 (요건 완료 시 발생)

과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연차유급휴가를 '기왕의 근로에 대한 대가'이자 '근로 보상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1996. 6. 11. 선고 95누6649 판결 등 참조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1년간 8할 이상 출근하였을 때 비로소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1년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가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연차휴가수당은 임금에 해당한다.
또한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1다95519 판결과 헌법재판소 2015. 5. 28. 2013헌마619 결정 역시 연차유급휴가가 전년도 1년간의 근속 및 출근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지닌다고 보며, 근로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바 있습니다.
3. 대법원 판례의 변화와 기간제 근로자 (결과 연도 개시 시 발생)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기간제 근로자의 퇴직과 관련하여 기존과 다른 입장의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다227100 판결은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이 만료되는 경우를 다루고 있는데, 그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 최초 1년간의 근로에 대한 유급휴가를 사용한 경우 이를 다음 해 유급휴가에서 빼는 규정(구 제60조 제3항)이 삭제되었습니다. 이는 1년 차에 최대 11일, 2년 차에 15일을 각각 받을 수 있게 하려는 것이지, 1년만 근무하고 끝나는 근로자에게 제1항과 제2항이 중첩 적용되어 26일의 휴가가 발생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 근로관계 종료의 원칙: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계약 기간 만료로 신분관계가 종료됩니다. 연차휴가 사용권리는 원칙적으로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하므로, 그전에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 미사용수당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 형평성 문제: 만약 1년 기간제 근로자에게 제1항(15일)과 제2항(11일)이 모두 적용된다면 총 26일의 휴가가 발생하는데, 이는 가산휴가를 포함한 총 휴가일수 한도(25일)를 초과하여 장기근속 근로자보다 우대받는 결과가 되어 형평의 원칙에 반합니다.
결국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이 규정한 연차휴가 사용권리는 '결과 연도'가 개시되어야 발생하며, 기간제 근로자가 계약 만료와 동시에 퇴직하는 경우 제1항에 따른 미사용수당은 청구할 수 없다고 명확히 하였습니다.
4. 대상 판결 분석: 법리 변경인가, 사실관계의 문제인가?
이번 강의의 대상 판결인 **대법원 2026. 9. 3. 선고 2024다206043 판결 [퇴직금 등]**은 위와 같은 최근 판례 흐름 속에서 내려진 결론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 사안 개요: 퇴직하는 근로자들이 원인 연도 마지막 날에 퇴직한 사건입니다.
- 원심(2심) 판단: 결과 연도가 개시되지 않았으므로 휴가권이 발생하지 않았고, 미사용수당 청구권도 없다며 근로자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 대법원 판단: 원심과 달리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대법원이 다시 법리를 변경하여 '원인 연도 종료 시' 발생설로 돌아간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리의 변경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해당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 즉 사업장의 특유한 약정이나 규정의 존재에 주목했습니다.
대법원 판시 요지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원칙적으로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피고(회사)가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 중 연차휴가 기준일 전날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퇴직 전 마지막 1년간의 근로에 따른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그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날, 즉 '퇴직일'에 발생하는 것으로 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일반적인 법리상으로는 '다음 날' 발생해야 하지만, 해당 사업장에서는 임금피크제 설명자료 등을 통해 '퇴직일(원인 연도 마지막 날)'에 휴가권이 발생한다는 특약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노동법의 일반 법리 때문이 아니라, 당사자 간의 합의나 취업규칙 등 사업장 내부 규범에 기인한 결과입니다.
5. 실무적 시사점
이번 판결을 통해 인사노무 실무에서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원칙: 기간제 근로계약 만료 또는 퇴직 시, 연차휴가 발생 시점은 원칙적으로 '퇴직일 다음 날(결과 연도 개시일)'입니다. 따라서 퇴직일 이전에 근로관계가 종료되면 제60조 제1항에 따른 미사용수당은 청구할 수 없습니다.
- 예외: 사업장 내에 '퇴직일 당일에 연차휴가권이 발생한다'는 명시적인 약정,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라면 퇴직일에도 휴가권이 발생하므로 미사용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 검토: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정년퇴직 관련 규정 개정 시, 연차휴가 정산 시점에 대한 문구를 면밀히 검토하여 의도치 않은 수당 지급 의무를 부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결론은 다르지만 법리의 변경이 아닌,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특약 유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판례
- 대법원 2026. 9. 3. 선고 2024다206043 판결 [퇴직금 등]
- 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다227100 판결
-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1다95519 판결
- 헌법재판소 2015. 5. 28. 2013헌마619 결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