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반환 성과급의 위약금 여부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위약예정금지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근로계약 위반에 대하여 사업주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실손해를 대신하는 위약금을 미리 설정할 수는 없고 설정하였다 하더라도 그 약정은 효력이 없다는 의미다.
영업 업무를 하는 근로자가 영업 목표를 달성했을 때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성과금으로 지급하면서, 그 영업으로 유치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취소하는 경우 이를 반환하도록 하는 성과금 반환 약정이 위약금 계약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된 사안이 있었다.
대상판결을 통해 법원이 위약금 법리와 관련하여 이 사안을 어떻게 판단하였는지 살펴본다.
대상판결 : 대법원 2025. 7. 17. 선고 2023다318420 판결 [약정금 청구]
1. 들어가며
B 회사는 고객들에게 유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고, A 근로자는 텔레마케팅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유료서비스 계약이 성사되면 그 매출금의 10%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다만 고객이 중도에 유료서비스 계약을 취소하거나 해지하면, A 근로자는 B 회사로부터 받았던 성과금 중 취소되거나 해지된 매출금에 대한 부분을 반환하기로 약정했다.
피고(A 근로자)는 2021년 3월 31일 주식회사 △△△와, 전화·문자 등을 통해 이 사건 회사의 유료회원을 유치하는 텔레마케팅 업무를 수행하고 이 사건 회사는 그 대가로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피고의 보수는 이 사건 회사가 유료회원으로부터 지급받는 금원에서 일체의 환불금을 공제한 금액인 '실 매출액'의 10%다. 보수는 유료회원 계약기간에 안분하여 분할 지급함을 원칙으로 하되, 이 사건 회사는 이를 선지급할 수 있다.
- 이 사건 계약이 해지·만료된 후 환불이 발생한 경우, 피고는 이 사건 회사에 환불금의 10%를 반환하여야 한다. (대상판결)
A 근로자가 퇴사한 이후, A 근로자가 달성했던 유료서비스 계약 중 취소된 건이 있어 해당 매출액의 성과급에 대하여 B 회사가 반환을 청구하였으나 A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였고, 이에 B 회사는 해당 금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2. 위약금의 일반 법리
민법 제390조는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는 자유로운 의사로 계약을 할지 말지, 어떠한 내용으로 누구와 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양자 간 자유로운 의사의 합치로 계약이 성립되었다면 그 내용은 당사자를 구속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상대방에게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당연한 책임이라 하겠다.
계약 위반으로 청구할 수 있는 손해는 그 위반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실제 손해다. 다시 말하면 계약 위반이 없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불이익이나, 발생하였을 이익을 의미한다.
그런데 계약상 의무 위반이라는 잘못은 명백히 있지만 실제 손해가 없거나, 손해가 존재하더라도 법률상 구체적으로 산정·입증하기 곤란한 경우가 있다. 가령 온라인 매장에서 운동기구를 주문했는데 약속한 배송일을 지키지 못한 경우, 계약상 의무 위반은 분명하지만 구체적 손해를 산정·입증하기는 매우 곤란하다.
이처럼 계약 위반이라는 잘못은 분명 존재하는데 그로 인한 손해의 산정과 입증이 애매한 경우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민법은 위약금 제도를 두고 있다. 어떠한 계약 위반이 있을 경우 실제 발생하는 손해액이 얼마인지, 혹은 그 산정이 가능한지와 상관없이 미리 특정 금액이나 계산 기준을 설정해 두고, 계약 위반이 있으면 그 금액이나 기준으로 배상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위약금이다.
이러한 위약금 제도는 실손해를 대신하는 것이냐, 실손해 외에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것이냐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과 위약벌로 나뉜다. 위약벌은 실손해와 더불어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므로 손해배상 예정에 비해 위반자에게는 더 불리하고, 위반의 상대방인 피해자에게는 더 유리하다.
3. 노동법상 위약예정금지 원칙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한 근로계약 위반에 대하여 미리 위약금을 설정하는 약정을 금지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근로계약 기간 도중 근로자가 전직 또는 귀향 등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일정액의 위약금을 정하거나, 근로계약 불이행 내지 근로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일정액의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근로자 본인이나 신원보증인과 약속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자칫 근로의 강제가 되기 쉽고, 근로자의 자유의사를 부당하게 구속하여 근로자를 사용자에게 귀속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은 이러한 위약금 제도의 설정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근로계약 위반에 대하여 미리 어떠한 금원을 설정해 두는 약정을 할 수 없고, 설정했다 하더라도 효력이 없다. 위약금 약정이 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계약 위반에 대해 사업주는 그 실손해를 입증하여 청구할 수밖에 없다. 다만 실무상 근로자의 계약 위반에 대해서는 근로관계라는 특수성에 비추어 공평과 책임 배분의 원칙상 일정 부분 근로자의 배상 책임을 감액하여 판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점도 첨언할 수 있다.
4. 대상 판결 사안
이 사안은 고객의 유료서비스 계약 취소나 해지 등이 발생한 경우 해당 부분 매출액의 성과급을 반환하는 약정이 유효한지가 쟁점이었다. 다시 말해 민법 제103조 등 일반 강행법규에 반하는지, 그리고 위약금에 해당되어 근로기준법상 위약예정금지 원칙에 반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가. 피고와 이 사건 회사는 이 사건 계약을 통하여 피고가 유치한 유료회원에 관련된 '실 매출액'의 10%를 보수 산정의 기준으로 정하고, 원칙적으로 유료회원 계약기간에 따라 보수를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피고의 보수는 기본적으로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되는 임금에 해당하나, 이 사건 회사의 사업구조, 피고 제공의 근로 내용, 유료회원 계약기간 등을 감안하면 그와 같은 합의가 근로기준법 등 강행규정에 위반되거나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회사는 피고에게 보수를 분할하여 지급할 수 있었음에도, 유료회원 계약이 체결되면 그 무렵 보수 전액을 선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반환규정은 피고의 퇴직 후 환불금이 발생하여 보수 산정의 기준인 실 매출액이 감소할 경우, 선지급된 보수 중 초과 지급분의 정산을 위하여 환불금의 10%를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일 뿐,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반환하는 취지의 약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피고는 이 사건 회사에 재직하던 중에도 유료회원에 대한 환불이 발생하면 환불금의 10%를 공제한 액수를 임금으로 지급받았다. 환불금의 10%는 피고가 이 사건 회사에서 퇴직하지 않았더라도, 유료회원에 대한 환불이 발생하면 반환하였어야 할 돈이다.
라. 위와 같은 사정 및 피고가 지급받은 보수 총액, 이 사건 반환금의 규모와 액수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반환규정은 실질적으로 피고의 근로계약 불이행을 사유로 한 것이 아니고, 피고의 퇴직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반환규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약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만약 반환 성과급이 위약금에 해당한다면 위약예정금지 원칙에 따라 반환 약정도 무효이므로 근로자는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위약금의 본질은 계약 위반과 그에 대한 손해배상에 있다. 계약 위반 시 배상할 실손해를 대신하거나 여기에 추가하는 것이 위약금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사안에서는 발생한 매출액에 대하여 성과급을 지급했다가 그 매출 발생이 취소되거나 해지되었기 때문에 반환하는 것일 뿐, 근로자의 계약 위반에 대해 손해배상을 구하는 취지의 금원이 아니다. 그렇기에 애초에 위약금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위약금이 아니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반하는 약정도 아니라는, 즉 유효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반환 약정이 유효한 이상 근로자 A는 사업주 B에게 해당 금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5. 마치며
이 사안에서 문제 된 성과급 반환은 언뜻 보면 위약금처럼 보이는 착시가 발생하기 쉬운 사안이다. 그러나 위약금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계약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