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 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노란봉투법, 언론을 통해 익숙하게 들어보셨을 겁니다. 근래 개정된 노조법을 이르는 말이지요. 개정 노조법을 왜 노란봉투법이라고 칭할까요? 당연히 개정된 내용과 그 취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 핵심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의 일환으로 행사한 쟁의행위가 법원에서 불법으로 판정되어 수억 원, 혹은 수십억 원의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책임이 근로자들에게 지워지고 있어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를 심히 제약하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문제적 인식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결국 쟁의행위로 인한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이 과도하기에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개정의 큰 줄기는 다음 두 가지입니다.
-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 쟁의행위로 인한 근로자·노동조합의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
- 사용자 범위의 확대 — 하청회사 근로자에 대하여 직접적 고용관계는 없지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권을 갖는 원청회사를 노조법상의 사용자로 확대
이 두 가지 큰 줄기 외에도 일부 개정 내용이 더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이번 개정 노조법은 법률적, 사회적 파급력이 꽤 큰 법률 개정입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개정 노조법의 핵심 내용과 실무적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들어가며
개정 노조법의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은 2014년 한 자동차 회사 해고 근로자의 사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파업에 참여했던 근로자들을 상대로 사업주 회사가 불법 파업을 원인으로 하여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고, 무려 '47억 원을 배상하라'는 어마어마한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한 시민이 모 잡지사에 4만 7천 원을 담은 봉투를 보내며 이런 편지를 남겼습니다.
"해고 노동자의 47억 원 손해배상 판결 소식을 듣고, 아이들의 학원비를 아껴 4만 7천 원을 보냅니다. 이 돈이 마중물이 되어 노동자들의 고통을 덜어주었으면 합니다."
이 편지가 공개되자 수많은 시민들이 수십억 원의 판결을 받게 된 근로자들을 위한 성금 모금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과거 급여를 노란색 봉투에 담아 주던 추억을 떠올리며 이 성금 캠페인을 두고 "노란봉투"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근로자들이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행사함에 있어 이와 같이 천문학적인 배상 책임을 지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노조법 개정이 추진되었고, 여기에서 개정 노조법을 두고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노란봉투법은 새로이 만들어진 법률이 아니라 개정된 노조법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노조법의 온전한 기본 법률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입니다.
노동과 관련된 법을 사용자와 개별 근로자 간의 권리·의무 관계를 다룬 개별적 노동관계법과, 헌법상의 노동3권에 대한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집단적 권리·의무 관계를 다룬 집단적 노동관계법으로 나눕니다. 전자의 대표적인 법률이 근로기준법이고, 후자의 대표적인 법률이 바로 노조법입니다.
물론 손해배상 책임은 모든 쟁의행위가 아니라 법률을 위반한 불법 쟁의행위에 대하여만 발생하는 것이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곧 헌법상의 노동3권 침해는 아니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각에 따라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의 가능성은 지난한 소송과 같은 법적 절차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상당수인 것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의 행사를 위축시킨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개정 법률의 주요 내용
개정 이유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 법률이 없더라도 헌법의 규정만으로 직접적인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입니다. 그러나 다면적 노무제공 관계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는 형식적인 계약관계의 부존재를 이유로 단체교섭 등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는 근로조건을 개선할 권한과 능력이 없어 근로자들의 노동3권이 사실상 형태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행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요건으로 규정하여 노동조합 설립이 쉽게 방해되는 부당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현행법은 그 목적에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으로만 비좁게 한정하고 있어 근로자의 지위를 포함하여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되는 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좁은 쟁의행위 범위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법원은 노동조합 및 조합원들의 공동불법행위 정도를 구체적으로 산정하지 아니하고, 모든 공동불법행위자 각각에게 총 손해액의 전부를 부진정연대책임 방식으로 묻는 등 과도한 배상의무가 부과됨에 따라, 노동조합은 그 존립을 위협받고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은 경제적 곤란과 가정의 파탄 등 고통을 겪고 있어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노사관계의 현실을 보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있는데도 노동조합과 근로자 측에서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노사관계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신원보증인에게 쟁의행위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전근대적인 제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에 포함하여 노동3권이 실효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현행 규정을 삭제하며, 노동쟁의의 정의에 '근로조건의 결정'이라는 기존 규정을 유지하면서도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과 같은 근로자의 지위를 포함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과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 사항 등을 추가하여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화하는 한편, 법원이 조합원 등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손해의 배상의무자인 근로자에 대하여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등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관여의 정도,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금액, 손해의 원인과 성격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비율을 정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노동조합과 근로자로 하여금 법원에 배상액의 감면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 사용자가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등을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 등을 신설하여 노사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려는 것입니다.
개정 이유를 가장 헐겁게 표현하면, 헌법상 기본3권이 제약되지 않고 충실히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노란봉투법의 별칭과 연관된 개정 노조법의 큰 줄기는 쟁의행위 참가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 그리고 원청 회사가 하청 회사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노조법상의 사용자로 확대'한다는 내용입니다.
손해배상 책임 제한이나 노조법상 사용자 확대는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다각도로 논의되고 진화·발전했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일부 작동되고 있던 법리입니다. 그만큼 사회적 논의와 고민이 있어왔던 쟁점이었고, 이를 입법적으로 제도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