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노조법(노랑봉투법)의 법리와 이해 Ⅲ
조훈희 변호사의 실무 노동법 강의
안녕하세요. 조훈희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지면을 통하여 노동법을 중심으로 민법, 형법, 소송법 등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법리들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대표 변호사 조훈희 (semhun@naver.com)
이번 개정의 취지는 손해배상 제한과 사용자 개념의 확대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사용자 범위의 확대에 관한 법리에 대하여 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손해배상 제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하여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4. 손해배상 책임 제한의 내용
| 구법 | 개정법 |
|---|---|
|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① 사용자는 이 법에 따른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②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 ③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근로자에게 인정하는 경우 손해의 배상의무자인 근로자에 대하여 다음 각 호에 따라 책임비율을 정하여야 한다. 1.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2. 쟁의행위 등 참여 경위 및 정도 3. 손해 발생에 대한 관여의 정도 4.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금액 5. 손해의 원인과 성격 6. 그 밖에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하여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항 ④ 제3항에 따른 배상의무자인 노동조합과 근로자는 법원에 배상액의 감면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법원은 배상의무자의 경제 상태, 부양의무 등 가족관계, 최저생계비 보장 및 존립 유지 등을 고려하여 각 배상의무자별로 감면 여부 및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 ⑤ 「신원보증법」 제6조에도 불구하고 신원보증인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 |
| 신설 | 제3조의2(책임의 면제)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 |
1) 적법한 쟁의행위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불가 (제3조제1항)
제3조 1항은 사용자는 이 법에 따른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 때문에 손해를 입은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존재했던 조항입니다.
손해배상은 기본적으로 그 원인 행위가 위법함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적법한 쟁의행위 등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할 수 없음은 민법상으로도 당연한 법리이고 이러한 기본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규정입니다.
결국 실무적으로 쟁의행위 등이 위법한지 적법한지가 기본 쟁점이 되고, 위법할 경우 민법의 손해배상 원리를 수정하여 어떻게 의율할 것인지가 실질적인 고민이 개정 노조법의 취지입니다. 그다음 조항들에서 이를 새로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2) 방어적 쟁의행위와 면책(제3조제2항)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적 쟁의행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방어적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선제적으로 불법행위를 하여, 그 불법행위로부터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손해에 대하여는 노조 또는 근로자가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여기서 요건을 분설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i) 사용자의 선행 불법행위 존재
- ii) 노조·근로자의 방어 목적
- iii) '부득이'한 수단과 상당한 범위
사용자의 불법행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이 어떤 행위이든지 "방어"라고 하며 면책을 주장할 수는 없고, 구체적 사안에서 법원이 상당성의 존재를 평가할 수밖에 없고 구체적 사례에서 치열한 쟁점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3) 개별 근로자 책임의 구체화(제3조제3항)
기본적으로 민법은 불법행위의 가담자가 다수인 경우 피해자에 대하여 부진정 연대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불법행위 가담자가 다수인 경우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에 대하여는 내부 가담 정도를 따지지 않고 모두가 연대하여 책임을 지우고, 다만 가담자끼리는 가담 정도 즉 기여한 비율에 따라 내부 구상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연대한다는 말은 다수의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누구든 전부의 채무액을 이행할 의무가 있고, 다만 채권자는 누구에 대해서든 채권액의 한도에 대하여만 이행을 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쉽게 예를 들어 채권자 A, 연대 채무자 B, C, 채무액 100만 원이라고 할 경우 A는 B든 C든 누구에게나 100만 원까지 이행을 구할 수 있고, B가 "왜 나한테 전부 달라고 해. C에게도 절반은 달라고 해."라고 항변할 수 없습니다.
민법 제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① 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쟁의행위가 적법성을 인정받지 못하여 손해배상의 요건이 되었을 때, 쟁의행위에는 노동조합과 다수의 조합원이 가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이 경우 민법의 공동불법행위 법리에 따라 가담한 정도와 상관없이 공동불법행위로서 모두 동일하게 사용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배상 책임을 지게 되었는데, 노조법에서 이를 제한하는 특별 규정을 추가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법원이 손해액을 산정하면서 조합원 전원에게 거의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대표자이든 말단 조합원이든, '공동불법행위자'라는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 의무를 함께 부담했던 것이죠.
개정 노조법은 민법상의 공동불법행위 원리를 수정하여 손해배상의무자인 근로자 각각에 대해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등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구체적 관여 정도, 해당 근로자의 임금 수준과 청구금액, 손해의 원인과 성격 등의 요소들을 고려하여 개별적인 책임비율을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연대책임 원칙 대신 개별 책임 원칙을 정함으로써 개별 조합원들이 거액의 연대 채무를 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4) 배상액 감면 제도(제3조제4항)
개정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노동조합과 근로자에게 법원에 감면을 청구할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이때 법원은 배상의무자의 경제 상태, 부양의무 등 가족관계, 최저생계비 보장 필요성, 노동조합의 존립 및 기본적 활동 유지 가능성 등의 사정들을 고려하여 각 배상 의무자별로 감면 여부와 정도를 결정합니다.
손해배상액의 일부 조정은 민법상 신의칙이라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원칙에 따라 어느 정도 실무에서 작동되기도 했으나, 노조법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였으므로 더욱 적극적으로 작동될 것으로 보입니다.